중견 시인 5명이 40여 년 만에 동인지를 다시 낸다. 1969년 결성해 1973년까지 활동했던 시동인 '70년대'의 강은교 김형영 석지현 윤후명 정희성씨가 그 주인공. 이들은 30일 일곱 번째 동인지 시집 <고래> (책만드는집 발행)를 내고 인사동에서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동인지 활동을 마감한 뒤 각자의 길을 걸어온 시인들이 수십 년이 지나 다시 모여 활동하는 것은 우리 시사(詩史)에 처음 있는 일이다. 고래>
김형영 시인은 "몇 년 전부터 한 달에 한 번 동인모임을 다시 시작했다"며 "동인지를 만들자는 의견이 나오면서, 각자의 작품을 번갈아 읽었고, 각자의 시 세계를 되돌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윤후명 시인은 "동인지를 만들며 옛날에 시에 대해 논하던 그 감정을 되살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언론의 자유가 막혔던 서슬 퍼런 1960~70년대, 신문은 물론 잡지 발행도 여의치 않은 사회에서 문인들은 동인을 중심으로 각종 담론을 형성했다. 현대시, 60년대 시화집, 시단 등은 당시 문단을 주름잡던 대표적인 시동인이다. '70년대'는 당시 문단의 '젊은 피'를 대표하던 임정남 윤후명 강은교 김형영 박건한이 만들었다. 2권에서 박건한 시인이 빠지고, 3권부터 정희성 시인, 석지현 스님이 함께 했다. 윤후명씨는 "당시 시동인은 한국시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고, 신인이었던 우리 동인들이 한 사람의 시인으로 발돋움하는데 든든한 발판이 됐다"고 회고했다. 김현 고은 김지하 등 당시 쟁쟁하던 문인들과의 만남이 활발해진 것도 동인지를 내면서다.
이번 7번째 동인지 시집 제목을 '고래'로 정하게 된 사연은 제법 길다. 강은교 시인은 "(동인 이름을 정할 때)가장 지적이면서도 시대를 꿰뚫는 이름, 한번 들으면 잊히지 않을 이름, 문학사에 찬란히 남을 이름을 찾아 고민했고, '고래'와 '70년대' 두 이름을 놓고 장시간 의견을 나눈 끝에 70년대를 선택했다"고 회고했다. 이번 시집은 2005년 세상을 떠난 임정남 시인이 추천했던 이름 '고래'를 쓴 것이다.
시집은 동인 5명의 발표작 5편, 신작시 10편씩을 모아 엮었다. 중진들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할 수 있다.
출판기념회에는 신달자 이숭원 황충향 유성호 손택수 등 문인들이 참석해 동인지 출간을 축하했다. 임정남 시인과 오랫동안 시를 쓰지 않고 있는 박건한 시인은 이번 동인에서 빠졌다.
글ㆍ사진=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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