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박기호의 테크닉 논술] 제도 난점 잘 지적했으나 참신한 대안 제시와 문단 완결성 갖출필 요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박기호의 테크닉 논술] 제도 난점 잘 지적했으나 참신한 대안 제시와 문단 완결성 갖출필 요

입력
2012.07.30 11:27
0 0

요즘은 학생인권조례 때문에 사정이 약간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학생들은 여전히 가장 억압받는 계층에 속한다. 그들은 당연히 누려야 할 모든 권리를 유보당한 채 오직 의무만을 강요당한다. 오직 공부만 해야 하는 의무를. 이 상황을 간추리면 대충 이렇게 우스꽝스럽다: 너희가 공부하는 것은 자유지만 공부를 하지 않는 것은 자유가 아니다.

그들을 폭력으로부터 보호해야 할 학교는 오히려 학생들에게 폭력을 가르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참교육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는 많은 선생님들이 있고 그분들의 노력을 매우 높이 평가하는 바지만, 안타깝게도 다른 일부 교사들은 그렇지 않다. 그들은 학교 현장에서 소수의 우등생과 다수의 낙오자를 솎아 내고 성적에 따라 학생들을 차별하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학교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기본적인 시각이 그렇다. 입시 위주의 교육이 낳은 부작용이다.

입시 경쟁에서 밀려난 대다수 학생들이 학교에서 어떤 대우를 받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청소년기의 심리적 특성을 생각해보면 그들이 상처받은 자존심을 폭력을 통해 회복하고 싶어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사회의 제도적 폭력이 그들의 물리적 폭력을 초래한 셈인데, 이에 대응하는 교육부의 '학생부 기재' 방침은 또 다른 폭력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와 동일한 범주에 속한다. 너희가 '폭력'하니 우리도 '폭력'하겠다는 식인데, 이런 사고방식은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아니라 오히려 문제를 야기한 바로 그 원인 중 하나라는 점에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점에서 학생의 글은 문제에 대한 올바른 접근을 보여주고 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제출하고 있는 대안에 새로운 것이 없다는 것이다. 사실 학교폭력과 관련한 징계사항을 학생부에 기재한다는 방침은 지난 2월 6일 정부가 발표한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에 포함된 내용 중 하나다. 이 대책을 자세히 살펴보면, 비록 일부 방침은 논란의 여지가 있기는 하지만, 학생이 상당한 분량을 들여 주장하고 있는 여러 가지 대안들을 이미 모두 포함하고 있다. 물론 학생은 이 사실을 잘 몰랐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수개월 전에 정부에 의해 공식적으로 발표된 대책들을, 그 중 일부만 간추려서 새로운 것처럼 주장하고 있는 학생의 글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차라리 학교폭력 가해사실을 학생부에 기재하도록 하는 방침 하나만을 비판하는 데에 집중했다면 아주 좋은 글이 되었을지 모른다.

구성에서도 개선할 부분이 있다. 크게 봐서 학생은 글의 세 번째 단락을 원인 분석에, 네 번째 단락을 대안 제시에 할애하고 있다. 그렇다면 세 번째 단락의 마지막 두 문장은 위치상 부적절하므로 네 번째 단락과 통합하거나 혹은 분량을 더 늘려서 별도의 단락으로 만들어야 한다. 하나의 단락은 하나의 중심 생각을 담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덧붙이자면 학교 폭력의 원인을 세 가지로 압축시켜 제시했으니 그 대책 역시 세 가지로 정리해서 각각의 원인에 대응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이렇게 하면 글이 깔끔해 보이는 효과가 있을 뿐만 아니라, 특히 입시 논술에서는 당락을 가르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기고와 첨삭지도를 희망하는 중고생은 약 2,000자 분량의 원고를 nie@hk.co.kr로 보내주십시오.

메가스터디 논술강사 0176559@naver.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