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9시(한국시간 28일 오전 5시) 런던 리밸리 올림픽스타디움에서 화려하게 펼쳐진 런던올림픽 개막식은 영국의 자존심을 한껏 각인시킨 '한 편의 대서사극'이었다.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영화감독 대니 보일이 총지휘한 '경이로운 영국(Isles of Wonder)'이란 주제의 3부작 개막 공연은 70억 전 세계인들이 3시간 내내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들었다. 개막공연에는 2,700만 파운드(약 480억원)가 투입됐으며, 1만5,000여명이 출연해 산업화의 진통에서 회복해 미래를 바라보는 영국 농촌의 이야기를 그렸다.
공연에는 '영국 문화의 종결자'이라고 할 정도로 영국을 대표하는 아이콘이 모두 표현됐다. 영국의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곡 '더 템페스트(The Tempest)'의 대사 '두려워하지 말라. 영국이 시끄러운 소리로 가득할 것이다'가 적힌 23톤의 대형 '올림픽 벨'이 울리며 시작을 알렸다. 소설 '해리 포터'의 작가 조앤 롤링이 어린이 문학의 고전인 '피터 팬'의 도입부를 직접 읽는 등 런던올림픽은 영국문학으로 서막을 열었다.
또한 비틀스의 '컴 투게더(Come Together)', 롤링 스톤스의 '새티스팩션(Satisfaction)', 퀸의 '보헤미언 랩소디(Bohemian Rhapsody)', 비지스의 '스테인 얼라이브(Stayin' Alive)' 등 영국이 자랑하는 팝음악도 선보였다. 공연의 대단원도 비틀스 멤버였던 폴 매카트니가 '디 엔드(The end)'와 '헤이 주드(Hey Jude)'를 열창하는 것으로 꾸며졌다.
이밖에 개막식에는 파격과 반전의 볼거리로 가득했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개막식에서 상영된 미니 영화에서 007영화의 주인공 제임스 본드의 파트너로 연기하며 파격적으로 등장하는 명장면을 연출했다. 여왕은 영상 속에서 제임스 본드 역의 다니엘 크레이그와 함께 스타디움에 뛰어내리는 모습을 연출했다.
끝까지 베일에 가려졌던 올림픽 성화 최종 주자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차세대 영국 대표를 맡을 7명의 유망 선수들이 맡아 반전은 계속됐다. 당초 데이비드 베컴, 로저 베니스터 등이 성화 봉송 최종주자로 유력하게 거론됐다.
개막식이 끝나자 각국 언론은 '상상 속에 나올 만한 개막식'이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미 뉴욕타임스는 "떠들썩하고 분주하며 재치있는 공연"이라고 칭찬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개막식에 관중을 참가시키고 다양한 기술을 이용해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차별화하기 위한 흔적이 엿보였다"고 평가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경이로운 영국'이라는 올림픽 개막식 주제에 공감을 표하며 "경이로운 밤"이었다고 전했다. 독일의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너 자이퉁은 "가슴 벅차고, 위트있고, 장대하면서도 사려깊고, 감동적인 개막식"이라고 평가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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