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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 콜센터 '진상고객'과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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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 콜센터 '진상고객'과의 전쟁

입력
2012.07.29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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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 콜센터에 근무하는 직원 A씨는 요즘 출근만 하면 골치가 지끈지끈하다. 상담업무와 무관한 이야기를 하는 악성 민원인들 때문이다. 한 민원인은 거의 매일 3~4차례 전화해 자신이 우수고객이라며 요청하는 것을 무조건 들어달라는 식으로 괴롭힌다. 직장에서 좋지 않은 일을 겪었다며 하소연하거나 휴가를 간다며 자랑하는 등 사적인 이야기는 기본이고, 생일이나 연말연시에는 선물을 요구하기도 했다. 안 된다고 설명하면 "우수고객에게 이래도 되느냐"며 막무가내로 폭언과 욕설을 퍼부었다.

다른 카드사에 근무하는 B씨도 악성민원인 탓에 몸살을 앓을 정도다. 최근엔 30대 중반 여성 고객이 다짜고짜 욕설을 내뱉었다. 그는 "국내에 카드가 있는데 해외에서 결제가 됐으니 불법복제 된 게 틀림없다"며 "절대 돈을 낼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확인 결과 이 고객의 가족 중 한 명이 어플리케이션을 외화로 결제한 사실이 드러냈다. 이런 정황을 알려줬는데도 고객은"내가 쓴 적이 없다"며 끝까지 돈을 못 내겠다고 고집을 피웠다.

여신금융협회가 악성민원인 유형을 정리해 밝히면서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진상고객'들이 여전히 활개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카드사마다 한 달 평균 50~80건의 악성민원인을 상대하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다. 가장 흔한 유형은 이미 결제한 카드를 취소해달라고 요구하는 경우. 음식이 맛없고 비쌌다며 식당에서 결제한 카드대금 승인을 취소해달라거나 만취상태에서 카드를 써놓고 기억이 안 난다며 술값을 돌려달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카드를 배송하기 위해 아파트단지 입구에 들어온 것을 주거침입이라고 주장하며 피해보상을 요구하거나 무조건 이벤트 상품을 보내달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한 카드사의 고객 상담 실무자는 "억지주장을 일삼는 민원인들 때문에 업무에 큰 지장을 받고 있다"며 "이들을 제재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카드사들은 악성민원인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매뉴얼 개발 등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현대카드는 1월 말부터 상담원들이 악성민원인을 상대로 1, 2차 경고 후 전화를 먼저 끊을 수 있도록 허용했다. 성희롱 발언을 일삼는 진상고객에겐 형사처벌을 경고하는 안내 멘트를 자동응답시스템(ARS)으로 내보내고 있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카드사 입장에서는 고객이 과도한 요구를 하거나 횡포를 부려도 강경하게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며 "하지만 이를 악용해 반복적으로 악성민원을 제기하는 고객은 현행 법을 적용해 처벌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보상 등을 목적으로 폭언을 퍼붓거나 고의적으로 장시간 통화를 유도하면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며, 업무상 실수를 언론에 알리겠다며 과도한 배상을 요구하는 경우 공갈죄에 해당한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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