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한때 후보 추대론이 나올 정도로 오랜 기간 여권의 절대 강자로 자리잡았다. 특히 4ㆍ11 총선 승리를 이끌면서 여권 내부에서 박 전 위원장의 입지는 누구도 넘볼 수 없을 정도로 탄탄해졌다.
하지만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분석해 보면 조금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대목이 있다. 박 전 위원장이 새누리당 지지층에서 불과 65% 안팎의 지지를 얻는데 그치는가 하면 다자 대결 지지율 조사에서도 당 지지율을 밑도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는 새누리당 지지층이 사실상 당내 유일 주자인 박 전 위원장에게 절대적 지지를 보내고 있는 것은 아니란 것을 의미한다.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박 전 위원장의 지지율과 새누리당 지지율은 비슷한 추세를 보였다. 1월1일 보도된 한국일보 조사(박 전 위원장 29.8%, 새누리당 28.4%)와 미디어리서치의 3월 조사(박 전 위원장 32.2%, 새누리당 32.3%)에서 나타나듯 여권 지지층은 대부분 박 전 위원장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이 같은 흐름은 총선을 거치며 비슷한 양상을 이어갔다.
그러나 지난 23,24일 미디어리서치 조사에선 새누리당 지지층의 69.2%와 자신을 보수 성향이라고 답한 유권자의 59.3%만이 박 전 위원장 지지 의사를 밝혔다. 박 전 위원장은 다자 대결에서도 1위(37.1%)를 차지했지만, 그의 지지율은 새누리당(42.4%)보다 낮은 수치에 머물렀다.
리얼미터의 24,25일 조사에서도 새누리당 지지층의 64.9%만 박 전 위원장을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 조사에서 박 전 위원장 지지 의사를 밝히지 않은 새누리당 지지자 중에서는 무응답층이 절반 가량 됐고 나머지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등 다른 후보 지지로 흩어졌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새누리당 경선 룰 공방과 박 전 위원장의 5ㆍ16 미화 발언 논란 등으로 인해 새누리당 지지층이 박 전 위원장에 대한 지지를 유보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심재웅 한국리서치 상무는 "박 전 위원장이 전체 새누리당 지지층 중에서 중도 성향을 보이는 계층을 흡입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박 전 위원장의 포용력과 역사관에 실망해 박 전 위원장을 선뜻 지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새누리당을 지지하지만 박 전 위원장을 지지하지 않는 유권자들 상당수는 40대 화이트칼라층을 비롯해 상대적으로 실용적 보수 성향을 가진 계층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이들은 보수 성향을 나타내면서도 당보다는 인물 중심의 투표 성향을 보이는 등 유동성이 크다"면서"박 전 위원장에 비판적이던 새누리당 지지층 일부가 무응답 층으로 잠복해 있다가 대안을 찾아 이동하는 조짐이 있다"고 말했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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