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조만간 본격화될 대선 후보 네거티브 검증 공방에 대비해 창과 방패를 단단히 준비하고 있다. 이번 대선에선 여야 후보가 접전을 벌일 가능성이 큰 만큼 양 측의 네거티브 전쟁도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역대 대선에서 정치권의 검증 공방은 상당한 위력을 발휘했다. 2007년 대선 때는 이명박 대통령이 BBK 주가조작 사건 의혹과 관련해 야권의 집중 공격을 받았다. 1997년과 2002년 대선에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의 아들 병역 비리 의혹은 이 후보의 대선 패배를 가져온 결정적 이유가 됐다.
12ㆍ19 대선을 앞두고 새누리당과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초반부터 각종 네거티브 공세에 강력 대응함으로써 야권의 창을 무디게 한 뒤 야권 후보 검증 역공을 편다는 전략을 세웠다. 민주통합당과 당내 유력 대선주자들은 박 전 위원장의 과거사 인식과 정수장학회, 사생활 문제 등에 대해 집중 공격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민주통합당이 당 사무처 중심으로 박 전 위원장의 각종 의혹과 관련된 자료를 수집하는 가운데 박 전 위원장 캠프는 네거티브 공세에 법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법률지원단을 구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 법률지원단 따로 구성… "리콴유 前총리처럼 법적 대응 불사"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대선 후보 검증 전쟁에서 일단 공격보다는 방어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당 안팎의 네거티브 공세에 적극 방어하기 위해 소송전도 불사하겠다는 것이 박 전 위원장의 생각이라고 한다. 이에 따라 박 전 위원장은 각종 송사와 법적 공방에 대비하기 위해 '법률지원단'을 따로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7년 대선후보 경선 때보다 훨씬 더 강력한 방어막을 치는 것이다.
최근 박 전 위원장의 경선 캠프에선 '리콴유(李光耀) 전 싱가포르 총리 스타일로 대응하자'는 얘기가 많이 나온다. 한 친박계 인사는 29일 "리 전 총리는 정적들과 해외 언론 의 터무니없는 의혹 제기에 즉각 소송을 제기하는 등 강경하게 맞섰고, 상당수 사건에서 승소해 의혹 해소 효과를 거두었다"고 말했다. 리 전 총리는 승소 배상금을 복지단체 등에 기부하기도 했다. 다른 친박계 인사는 "언론 탄압 논란에 휩싸였던 리 전 총리와 똑같이 하겠다는 게 아니라, 무차별적인 네거티브 공세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박 전 위원장 캠프는 대선 레이스 초반부터 '공격적 방어'를 통해 근거 없는 네거티브 공세를 하면 역풍을 맞는다는 본보기를 보여 주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캠프가 28일 근거 없이 박 전 위원장의 사생활 의혹을 제기한 김현철 전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에 대해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라고 발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캠프 관계자는 "새누리당 내부뿐 아니라 대선 본선에서 아니면 말고 식의 음해에 열을 올릴 야당에도 경고하기 위한 의도가 깔려 있다"고 전했다.
다만 박 전 위원장은 당내 경선에서는 비박(非朴) 주자들의 네거티브 공세에 일일이 대응하는 것은 실리가 없다고 판단하고, 당분간 정책만 강조할 생각이라고 한다.
캠프에선 본선에 대비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등 야권 유력 주자들에 대해 검증 공세를 펼 준비도 하고 있다. 안 원장 등에 대한 공식 검증 팀을 따로 꾸린 것은 아니지만, 캠프 실무진이 검증 자료들을 조용히 챙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기관 및 검찰 출신 친박계 인사들이 올 초부터 물밑에서 검증 작업을 하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 박 전 위원장의 측근은 "안 원장이 출마를 선언하지 않은 상태이므로 벌써부터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다만 야권 후보가 결정되면 우리도 비장의 카드를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위원장 캠프는 2007년 이명박 대통령의 BBK 주가조작 사건 등에 대해 치열한 공세를 폈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 정수장학회 등 도덕성부터… 실무진서 자료 상당량 확보
민주통합당은 사실상 '박근혜 후보 검증' 준비에 돌입했다.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새누리당 대선 후보로 선출될 게 확실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민주당 차원의 공식 팀이 꾸려진 건 아니지만 이미 실무진 차원에선 의혹이 제기된 항목별 자료 수집이 한창이다.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29일 "박 전 위원장에 대해선 이미 수많은 의혹들이 제기된 만큼 관련 정보를 취합해서 확인하고 걸러내는 것부터 시작할 것"이라며 "다만 도덕성에만 집중하지 않고 정책 능력과 공약에 대한 평가를 동시에 진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2007년 대선 당시 BBK 의혹에만 집중하느라 MB노믹스의 실체를 제대로 짚어내지 못했던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물론 일차적 검증 대상은 박 전 위원장의 도덕성 문제다. 정수장학회와 1980년대 행적, 동생 지만씨 부부의 삼화저축은행 연루 의혹과 육영재단 경영권 분쟁 등 박 전 위원장은 물론 친인척과 관련된 사안들도 꼼꼼히 따질 방침이다. 중앙당 국장급 당직자들이 이들 사안에 대한 자료 수집과 분석을 위해 역할분담을 완료했으며, 특히 삼화저축은행 문제에 대해선 이미 상당한 양의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특히 MBC 파업과 저축은행 사태 등을 다루는 국회 국정조사나 청문회 등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원내대표실 관계자는 "국민 생활과 밀접한 현안에 대해 공식적이고 공개적인 방식으로 검증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상적인 국회 활동과 연계한 검증 공세에 주력함으로써 이른바 '뒷조사'를 한다는 식의 정치공세나 소송전을 피해가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국회 정무위원회와 문화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의 보좌진들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 상태이다.
정책 검증과 관련해선 정기국회 국정감사를 겨냥하고 있다. 경제민주화와 보편적 복지, 남북관계 등을 3대 축으로 관련 상임위별로 박 전 위원장의 공약을 적극적으로 따질 방침이다. 보건복지위에 소속된 한 의원은 "몇몇 의원들끼리 분야별 쟁점들을 정리하기로 했다"면서 "올해 국감은 '박근혜 국감'이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민주당은 현재 진행 중인 당내 대선 후보 경선에서 누가 후보로 선출되든 박 전 위원장에 대한 검증은 당이 주도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한 고위당직자는 "우리 후보에 대한 새누리당의 네거티브 공세에 대한 방어도, 박 전 위원장에 대한 공세도 당 차원에서 진행할 방침"이라며 "후보는 주로 미래를 얘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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