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6,500만년 전 어느 날 소행성 하나가 우연히 멕시코의 유카탄 반도에 충돌했다. 지름 20㎞에 달하는 크레이터 자국을 남길 정도로 직접 타격의 충격도 컸지만 소행성이 충돌하면서 강력한 지진과 거대한 해일이 잇따랐고 반경 1,500㎞ 내의 모든 생명체가 죽었다. 지표면 아래 먼지와 유황 성분이 대량으로 대기로 분출되었다. 이 때문에 지구는 최소한 몇 년 동안 태양빛이 차단되는 극심한 교란 상태에 들어갔다. 급격한 기후의 변화가 일어났고 생태계는 파괴되었다. 바다에서는 플랑크톤이 급감했고 숲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당시 존재하던 동물과 식물의 70%가 이 사건 때문에 멸종했다.
약 1억6,000만년 동안 번성했던 공룡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다른 많은 생명체들과 함께 멸종의 길을 걷게 되었다. 살아남은 생명체들은 다시 진화에 진화를 거듭해서 오늘날 우리가 주변에서 만나는 생명체들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공룡의 멸종이 결과적으로는 포유류가 번성할 수 있는 길을 터주었다. 포유류의 크기는 공룡 멸종 전보다 천 배 이상 커졌고 무게도 급격히 늘어났다. 그러고 보면 우리 인간도 공룡의 멸종을 가져온 소행성 충돌 이벤트의 직접적인 산물인 것이다.
만약 그 때 그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하지 않고 살짝 비껴 지나갔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공룡은 일단 멸종을 피했을 것이다. 물론 나중에 다른 소행성이 우연히 충돌했을 때 멸종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최소한 상당 기간 동안은 그동안 누려왔던 번성을 계속 이어갔을 것이다. 멸종하지 않은 공룡으로부터 진화가 거듭되는 동안 현재의 영장류 정도의 지능을 갖춘 생명체가 나타났을 가능성이 크다. 문명을 건설할 정도로 지능을 갖춘 현생인류와 엇비슷한 지적 생명체의 태동도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포유류는 그 기세에 눌려서 그다지 위세를 떨치지 못했을 것이다. 조상이 없으니 당연히 인류도 태동하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는 지금 여기에 이렇게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 세계의 지적 생명체는 우리들의 모습과는 사뭇 다를 것이다. 아마도 공룡의 후예들인 그들은 파충류의 겉모습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와는 동물적 본성도 다를 수 있을 것이다.
2012년 여름, 대한민국을 향해 소행성 하나가 돌진하고 있다. 소행성 철수2012. 아직 궤도 요소가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아서 실제로 충돌할 것인지 스쳐 지나갈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관측하는 사람마다 과학적 추정이 아닌 자신들의 기대를 섞은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에 해당하는 궤도 요소 값들을 쏟아내고 있다. 당연히 그 값들은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다. 분명한 것은 소행성 철수2012가 지금 이 시각에도 시끄럽게 돌진해 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미 소행성 철수2012의 출현을 알리는 과 '힐링캠프'라는 이름의 큰 별똥별 두 개가 떨어져서 파문을 일으켰다. 안철수 교수가 대선출마선언을 했느니 안 했느니 사실상 선언을 했느니 이따위 소리를 하고 앉아 있을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 형식 논리를 내세우는 사람들은 그저 안철수 교수가 샘나고 싫고 밉기 때문에 그러는 것일 것이다. 누구에게는 멸종을 또 다른 누구에게는 미래의 생명을 함께 가져다 줄 소행성이 다가오고 있다. 그것도 '사실상' 시끄럽게 다가오고 있다.
소행성 철수2012가 실제로 대한민국에 충돌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내 개인적인 궤도 요소 값을 말하라면 충돌을 가리키고 싶다. 그 충돌은 한여름 밤의 꿈처럼 한낱 해프닝으로 끝날 수도 있을 것이다. 운이 좀 따라준다면 거대 권력 세력인 공룡의 멸종을 이끌고 새로운 미래 희망 세력의 도래를 알리는 기폭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답답한 공룡 공화국을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은 일단 한번 엎어버리는 그 방법밖에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충돌은 최소한 씨앗은 뿌릴 것이다. 우리는 그 씨앗도 필요하다. 일단 충돌하라 철수2012. 다시 6,500만년(또는 대한민국 시간으로 5년)을 기다리고 싶지는 않다.
이명현 SETI코리아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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