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스포츠 축제 제30회 런던 올림픽이 개막하면서 밤을 잊은 올빼미 족들이 또다시 등장하고 있다. 대회가 열리는 영국 런던과 8시간 시차 때문에 주요 경기 중계방송이 심야 시간 대에 몰리면서 이를 놓치지 않기 위해 밤 잠을 설치는 이들이 속속 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낮 기온이 30도를 웃도는 폭염이 내주까지 이어지고 열대야까지 나타나면서 올빼미 수는 자연스럽게 더 많아질 전망이다.
대학생 김정수(23)씨는 29일 “어제(28일) 밤 인터넷에 ‘박태환 실격’이라는 검색어를 보고 충격을 받았는데 다시 판정이 번복돼 결승에 나간다는 소식에 꼭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며 “밤을 꼬박 샌데다 박 선수가 은메달에 그친 실망감 때문에 하루 종일 멍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월드컵ㆍ올림픽ㆍ아시안게임 등 주요 스포츠 이벤트를 빠지지 않고 챙겨 본다는 회사원 최정훈(42)씨는 “한국 선수들 주요 경기가 자정 이후 새벽까지 1,2시간 간격으로 줄 지어 있어 ‘하나만 더 보자’는 욕심에 밤을 꼬박 샜다”며 “열대야를 피해 집 근처 공원에 갔더니 동네사람들이 모여 스마트 폰으로 중계를 보며 함께 응원도 했다”고 말했다. 실제 29일 새벽에는 휴대폰이나 DMB로 도심 공원이나 한강 공원 둔치에서 더위를 식히며 올림픽 경기 중계를 보겠다며 수 많은 시민들이 몰렸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과 강남역, 홍대, 신촌 일대 등 젊은 층이 많이 모이는 유흥가에서도 호프집이나 주점 등이 대형 스크린을 설치하고 ‘올림픽 주요 경기 생중계’라는 안내문을 내건 채 손님들을 끌어 모으고 있었다. 신사동에서 치킨 집을 운영하는 김모(48)씨는 “올림픽 특수에 맞춰 생 닭 주문량을 평소 보다 30% 이상 늘렸다”며 “우리뿐만 아니라 주변 가게들이 문 닫는 시간을 평소보다 2시간 늦춰 새벽 3시까지 영업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기 고양시의 자영업자 양모(53)씨는 “홈쇼핑에선 새벽 3시까지 야참거리를 팔고 있다”며 “동네 친구들끼리 모여서 술 한잔 하면서 경기를 보는 재미가 쏠쏠할 것 같다”며 기대했다.
올빼미 족들은 밤 시간을 최대한 즐기기 위해 낮 시간 동안 각자의 방식으로 최대한 에너지를 충전한다는 계획이다. 회사원 임모(28)씨는 “중계를 보느라 모자란 잠을 점심을 간단히 먹고 낮잠으로 보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학생 차모(24)씨는 “밤 샐 각오를 하고 친구들과 약속 시간도 최대한 늦춰서 잡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편 밤샘이 거듭될 수록 올빼미 족들은 건강관리에 유의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최근 30도를 웃도는 폭염으로 가만히 있어도 숨이 차는 날씨에 지나치게 흥분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조언했다. 한국건강관리협회 관계자는 “무엇보다 낮 밤이 바뀌면 생체 리듬이 깨지기 십상”이라며 “늦은 밤이나 새벽에 가급적 TV를 보지 않는 게 좋지만 꼭 봐야 한다면 약간의 낮잠이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늦은 밤 중계를 보면 과식, 과음을 해 배탈이 나는 경우가 많다”며 “소화에 부담을 덜 주는 과일이나 주스 등 당분류를 섭취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김현빈기자 hb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