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장쑤(江蘇)성 치둥(啓東)시에서 일본 기업의 하수처리시설 건설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져 건설 공사가 영구 취소됐다. 높아지고 있는 중국인의 환경 의식과 함께 반일(反日) 감정마저 겹쳐 시위가 더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봉황망(鳳凰網) 등에 따르면 28일 오전 7시 장쑤성 치둥시의 주민 수만명이 치둥시 청사 앞에 모여 일본 기업 오지(王子)제지가 공장의 폐수를 바다에 버리는 하수관로의 건설을 취소할 것을 요구했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와 중국 젊은 층이 많이 사용하는 큐큐(QQ) 메신저 등으로 연락해 모인 시위대는 시 청사에 난입, 사무기기들을 파손했고 청사 앞의 차량 2대도 뒤집어 버렸다.
특히 홍콩의 명보는 쑨젠화(孫件華) 치둥시 서기가 집무실에서 시위대에 의해 상의가 찢겨 상반신이 노출되고 안경을 빼앗기는 수모를 당했다고 전했다. 시위대는 청사 안에서 고가의 담배와 주류를 찾아 내 청사 앞에 늘어놨다. 중국에선 고급 담배와 주류가 뇌물로 쓰이는 일이 많다.
이후 시위 진압 과정에서 20명 이상이 병원으로 후송됐고 100명 이상이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에서는 3명이 사망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지만 현지 공안 당국은 사실무근이라며 부인했다.
문제의 시설은 인근 오지제지 공장과 난퉁(南通)시 공업 단지에서 배출된 폐수를 하루 60만톤씩 치둥 해안에 방출하는 데 필요한 설비다. 그러나 어장이 발달해 어업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치둥시 주민들은 이 시설이 환경을 오염시킬 것이라며 반대해 왔다. 시위가 격해지자 결국 치둥시를 관할하는 난퉁시는 이날 오후 하수관로 건설을 영구 취소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쓰촨(四川)성 스팡(什邡)시에서도 주민들이 몰리브덴구리합금공장이 환경을 오염시킬 수 있다며 반대 시위를 해 결국 투자액 104억위안(1조8,600억원)의 대규모 공사가 중단됐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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