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만에 일어난 황당한 사건이 박태환(23ㆍSK텔레콤)에게 닥쳤다.
박태환은 28일(이하 현지시간) 2012 런던 올림픽 남자 자유형 400m 예선 3조 경기를 마친 뒤 실격 판정을 받았다. 믹스트존(인터뷰 구역)을 빠져나가던 그는 "뭐가 뭔지 모르겠다. 알아봐야겠다"라며 황당해 했다. 실격 사유를 알 수 없었던 세계 각국의 언론들은 한국 취재진에게 "박태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거냐"라고 물으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박태환의 실격 판정이 내려진 뒤 현장은 긴박하게 돌아갔다. 안종택 경영대표팀 감독은 30분 안에 제소해야 하는 규정 탓에 서면으로 이의를 제기했다. 문제가 됐던 출발 신호 전 장면을 확인해도 특별히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 하지만 상소 심판 회의에서는 실격이 번복되지 않았다.
이후 대한수영연맹과 대한체육회까지 발 벗고 나섰다. 정오쯤 2차 이의를 제기했다. 비디오 판독을 요구하는 과정이었다. 정부광 MBC 해설위원은 "심판이 박태환에게 엄격한 잣대를 댄 것 같다. 어찌 보면 챔피언의 비애라고 할 수 있다. 아주 미세한 움직임이 있었지만 충분히 넘어갈 수 있는 동작"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판정 번복의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보통 국제수영연맹(FINA)에서는 실격 번복에 대한 이의 제기를 잘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로 인해 대부분의 이의 제기가 비디오 판독까지 가지 않는다. 하지만 박태환의 경우는 달랐다. 육안으로 봐도 이상한 점을 찾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 출발 신호가 울리기 전에 일어나는 실격은 기계가 아닌 출발 담당 심판이 내리는 탓에 실수가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박태환의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의 부정 출발과 차원이 다른 문제였다. 당시 박태환은 출발 신호가 울리기 전에 물속으로 빠져 명백한 사유로 실격이 됐다. 그 동안 써왔던 출발대와 올림픽의 출발대의 각도가 달라 일어난 해프닝이었다. 올림픽 출발대의 각도가 커서 힘을 주다가 몸이 쏠려 어쩔 수 없이 입수한 것.
2차 이의를 받아들인 FINA는 오후 2시30분 박태환의 실격에 대한 브리핑을 공고했다. 박태환은 결과가 나오기까지 초조하게 기다려야 했다. 전체 예선 8위를 차지했던 라이언 코크런(캐나다)이 박태환에 밀려 탈락 위기에 몰리자 이의 신청을 한 터라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 결국 FINA는 "박태환이 출발하기 전에 미세한 움직임이 있었다. 하지만 이는 습관적인 호흡과 관련된 것일 수도 있어 전혀 고의적인 행위로 보기 힘들다"는 판정 번복의 이유를 밝혔다. FINA 주관 대회에서 25년 만에 나온 실격 번복이었다.
선수촌에서 하염없이 결과를 기다렸던 박태환은 오후 3시가 돼서야 실격이 번복됐다는 사실을 접했다. 박태환 전담팀에 따르면 박태환이 소식을 들은 후 "그래요"라고 담담하게 받아들이며 결선을 준비했다고 한다. 결국 박태환은 신체 리듬이 깨진 채 오후 7시51분 결선 무대에 올랐고, 주어진 환경 속에서 최선을 다해 물살을 갈랐지만 목표로 했던 금메달과 세계 기록 달성에는 실패했다.
한편 AP통신은 박태환이 실격했다고 판정한 심판은 중국인이 아닌 캐나다 국적의 빌 호건이라고 보도했고, "아마도 (심판)의 실수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런던=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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