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유도 66㎏급의 메달 세리머니가 열린 29일(이하 현지시간) 엑셀 런던 노스 아레나 경기장. 판정 번복의 희생양이 된 조준호(24ㆍ한국마사회)가 값진 동메달을 딴 뒤 시상식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오른 팔을 배쪽으로 올려 붙인 채 다소 어색하게 걸어 나왔다. 인대 파열 탓에 오른팔을 제대로 움직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문제가 됐던 에비누마 마사시(일본)와 8강전 도중 업어치기를 하다 오른쪽 팔꿈치가 꺾이면서 인대를 다친 것.
오른팔을 쓰지 못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패자 부활전과 동메달 결정전을 이길 수 있었을까.
조준호는 패자 부활전과 동메달 결정전에서 모두 점수를 내지 못해 연장전 끝에 판정승을 거뒀다. 정훈 유도대표팀 감독은 오른 팔꿈치 부상 소식을 들은 뒤 응급 조치에 들어갔다. 얼음 찜질로 붓기를 가라앉혔고, 테이핑으로 팔꿈치 관절을 고정시켜 조금이나마 힘을 쓸 수 있게 만들었다. 그리고 진통제를 맞고 경기에 나서야 했다.
전략은 지능적이었다. 상대에게 부상을 숨기기 위해 지능적으로 움직였다. 그리고 힘들게 달려온 4년을 위해서 '부서져도 어쩔 수 없다'는 마음가짐으로 경기에 나섰다. 그는 "업어치기 등의 페이크 동작으로 공격을 하는 시늉을 많이 했다. 또 기회가 왔을 때 아픔을 꾹 참고 기술을 들어가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조준호는 페이크 동작이라도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 심판의 전원일치 판정승을 이끌어냈고 감격의 동메달을 따냈다. 조준호는 판정 번복이 내려졌을 때 "뭔가 도둑 맞은 기분이었다"며 착잡한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아 감독님이 시키는 대로 했다"는 그는 부모님과 멘토 최민호(한국마사회)에게 감사의 인사말을 전했다.
한편 조준호를 상대로 '판정번복' 해프닝을 펼친 심판진이 다음 날 경기 배정에서 제외되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조준호와 에비누마 마사시의 경기에 심판으로 나선 에디손 미나카와(브라질), 나그만존 마르자라흐마노프(우즈베키스탄), 마시모 술리(이탈리아)는 30일 계속된 유도 경기에서 배정을 받지 못한 채 심판 대기석에 앉아 선수들의 경기를 지켜봤다. 유도 종목에는 총 26명의 심판이 투입돼 3명씩 짝을 이뤄 경기마다 배정되지만 이들 3명의 심판은 이날 경기를 배정받지 못해 심판 대기석으로 밀려났다. 특히 주심을 맡았던 미나카와 심판은 고향인 브라질로 귀국했다는 소문도 돌았지만 이날 다른 심판들과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내 소문을 일축했다. 대한유도회 관계자는 "심판위원장의 월권에 가까운 실력 행사로 심판들 사이에 불만이 불거지고 있다"며 "경기를 보이콧하겠다는 소문까지 돌았지만 그런 상황은 나오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런던=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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