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로 미국 대선이 100일 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누가 백악관 주인이 될지는 여전히 안개 속이다. 민주, 공화 양당의 후보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여론조사에서 오차 범위 내 박빙 대결을 하고 있다.
그러나 판세 상으로는 오바마가 우세하다. 오바마는 선거 승리를 위해 필요한 대의원을 230여명 확보해 190여명의 롬니보다 앞서 있다. 나머지 110명 가량의 대의원은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상태다.
오바마의 선전은 무엇보다 인구구성의 변화가 유리하게 작용한 결과다. 2000~2004년 두 차례의 대선과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승리하자 공화당 선거전략가 칼 로브는 미국의 보수화에 기대 30년 공화당 시대가 열렸다고 선언했다.
2008년 이를 뒤집은 민주당의 대선 승리는 반 공화당 성향인 소수인종 유권자의 등장 때문에 가능했다. 당시 전체 유권자의 28%를 차지한 소수인종 유권자 중 80%가 오바마를 지지했다. 이번 선거를 앞두고는 그 비중이 더 높아졌다. 특히 히스패닉의 움직임이 결정적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히스패닉이 강한 이민 규제를 추구하는 공화당에 등을 돌리고 있어 오바마의 백악관 수성 전망이 한층 밝아졌다는 게 민주당의 논리다.
반면 공화당은 4년 전의 조지 W 부시 반대 정서가 희석됐고 공화당원이 민주당원보다 투표율이 높다는 점을 강조한다. 자신이 보수적이라는 유권자의 비율은 최근 20년 만에 가장 높다. 공화당은 소수인종도 결국 보수와 타협해 이념적 균형을 이룰 것이라고 본다. 2000년 공화당 후보 조지 W 부시의 승리에서 보듯 인구구성의 변화가 선거의 변수가 되지 못한다는 논리다. 여론조사기관 갤럽은 비록 지지율에서 오바마가 앞서 있지만, 무응답층 성향과 공화당의 결집력을 고려하면 차이가 없다고 분석했다. 양당이 각기 승리를 장담하지만 아직 선거는 50대 50의 혼전 양상인 셈이다.
미국 대선의 가장 큰 특징은 주 별 선거로 치러진다는 점이다. 전국 득표에서 앞서도 주 별 집계에서 패하면 결국 선거에 이기고 대통령 자리를 잃게 된다. 그래서 민주당과 공화당을 오가며 지지하는 스윙스테이트가 핵심 변수라는데 이의가 없다. 이번 선거가 50개주 가운데 판세가 굳어진 38개주를 제외한 스윙스테이트 12개주의 선거로 불리는 것도 같은 이유다.
최근 12개주 여론조사의 지지율은 오바마(49%)가 큰 차이로 롬니(41%)를 따돌렸다. 전문가들은 12개주 가운데서도 판세 읽기가 특히 어려운 버지니아, 플로리다, 오하이오, 아이오와, 뉴멕시코, 콜로라도 등 6개주가 최종 선거 결과를 좌우할 걸로 예상한다. 이들 6개주에서 오바마와 롬니 지지율이 각각 48% 가량인 점을 감안하면 나머지 부동층 4%(약 92만명)가 차기 대통령을 결정한다고 볼 수 있다. 오바마 측은 이 중 세 곳만 이기면 승산이 있다는 계산 아래 지금까지 집행한 광고비 1억달러 중 50%를 오하이오, 플로리다, 버지니아에 쏟아 부었다. 그러나 민주당 전략가 폴 베갈라는 여성, 고졸자, 히스패닉 등으로 구성된 4%가 11월 6일 선거 날까지 관전하다가 마지막에 후보를 결정할 것이라며 살얼음판 선거를 예상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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