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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유럽문화사' 문화, 귀족 전유물에서 대중 상품이 된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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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유럽문화사' 문화, 귀족 전유물에서 대중 상품이 된 후…

입력
2012.07.27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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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문화사/도널드 서순 지음ㆍ오숙은 등 옮김/뿌리와이파리 발행ㆍ전 5권ㆍ각권 2만 8000원

지난 200년간 유럽인들이 만들어내고 즐긴 거의 모든 문화를 망라한 백과사전적 통사다. 책, 소설, 신문, 잡지, 영화, 음악, 판화, TV, 만화, 게임 등 다종다양한 문화산물을 폭넓게 다룬다. 1800년대 월터 스콧의 고풍스런 역사소설과 하이든의 교향곡부터 2000년대 해리 포터 시리즈와 인터넷까지, 빠진 게 거의 없다 싶게 짚어낸 방대한 역작이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상품'으로서 문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다. 저자는 문화'시장'의 팽창사로서 문화사를 서술한다. 저급문화라도 시장에서 많이 사고 팔린 것이면 것이면 충분히 다룬다. 싸구려 책, 성애소설, 만화, 포르노그래피, 대중음악, TV 연속극과 리얼리티 쇼도 당당하게 대접해준다. 각 문화형식이 어떻게 태어나고 발전하고 쇠퇴하는지 생기 넘치게 그려낸다. 서로 어울리고 충돌하면서 커다란 자장을 이루어 움직이는 문화의 역동적 파노라마를 만끽할 수 있다.

1800년대는 귀족의 전유물이던 문화가 시장에서 사고파는 상품으로 자리잡는 시기다. 책은 제 1부'서막'(1800~1830ㆍ문화시장의 등장)부터 제 2부 '부르주아 문화'(1830~1880ㆍ문화소비자로서 부르주아의 부상), 제 3부 '혁명'(1880~1920ㆍ문화의 혁명적 확산), 제 4부 '국가'(1920~1960ㆍ문화에 대한 국가의 개입), 제 5부 '대중매체'(1960~2000ㆍTV와 인터넷의 시대)까지 다섯 권으로 돼 있다.

각 권의 분량은 500~672쪽. 관심 있는 시기나 주제를 골라 읽어도 좋다. 놀랄 만큼 박식한 데다 품위 있는 유머 감각에 매력적인 글쓰기 솜씨까지 갖춘 저자 덕분에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저자는 런던대 퀸메리 칼리지의 유럽비교사 교수다. 러시아어, 독일어, 프랑스어, 영어를 각각 전공한 네 명의 번역자가 워크숍까지 해가며 옮겼다. 저자, 역자, 출판사 모두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은 책이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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