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통조림, 우유, 맥주, 소주 등 서민생활과 가장 밀접한 식음료 가격이 줄줄이 인상되고 있다. 가을 이후엔 세계적 애그플레이션(농작물가격상승) 영향으로 먹거리 가격이 또 한번 들썩거릴 것으로 보여, 경기침체로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들의 주름살은 더욱 깊어지게 됐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양식품은 다음달 1일부터 삼양라면을 포함한 6개 품목의 권장 소비자가격을 50~70원 인상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삼양식품이 라면가격을 올리는 건 4년4개월만이다. 이 경우 대표제품인 삼양라면의 가격은 현재 700원에서 770원으로 10% 오르게 된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라면의 주요 원료인 밀가루와 팜유, 스프 원료인 농산물, 해산물가격이 크게 올라 원가부담이 너무 가중됐다”고 말했다.
앞서 국내 최대 라면회사인 농심이 이미 신라면 등 주요 제품 가격을 평균 6.2% 인상한 터라 팔도 오뚜기 등 메이커들도 가격인상이 뒤이을 전망이다.
국내 최대 참치통조림업체인 동원F&B은 제품가격을 7.6% 인상한다는 방침 아래 현재 대형마트등과 협의 중이다. CJ제일제당도 햇반과 다시다 가격을 각각 9.4%, 8% 올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최대 우유메이커인 서울우유는 내달부터 우유가격을 50원(1ℓ제품 기준) 인상 적용한다. 이미 이달 초 인상했음에도 할인행사를 여는 방식으로 종전 가격을 적용해왔지만, 내달부터는 인상된 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소주 맥주 등 서민들이 주로 먹는 술값도 오른다. 하이트진로는 28일부터 병맥주, 캔맥주 등 전 맥주제품의 출고가격을 5.93% 올린다고 밝혔다. 이에따라 하이트(500㎖) 병맥주 출고가는 1,019원에서 1,079원으로 60원으로 오른다. 소주도 원료인 주정값이 5.6% 인상됨에 따라 소비자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처럼 식음료 가격인상이 한꺼번에 집중되는 건 원가인상압력이 계속 누적되어왔기 때문.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정부의 가격지도로 어쩔 수 없이 참아왔지만 극심한 내수침체로 인해 기업들도 더 이상은 값을 묶어둘 수 없는 한계상황에 도달했다”면서 “무리한 가격규제를 하지 않았다면 오히려 인상시기가 분산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