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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브레이크아웃 네이션' 향후 10년, 세계 경제를 이끌어 갈 스타 국가는?

입력
2012.07.27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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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아웃 네이션/루치르 샤르마 지음ㆍ서정아 옮김/토네이도 발행ㆍ456쪽ㆍ2만원

최근 들어 발언이 다소 신중해졌지만 짐 오닐 골드만삭스자산운용 회장은 대표적인 '브릭스(BRICs)' 낙관론자다. 2001년 자신이 이 말을 만들었으니 10년 넘게 애착을 가질 만도 하다. 하지만 세계경제가 전례를 찾을 수 없는 동반성장 궤도를 달리던 시기에 처음 나온 이 말의 유통기한이 얼마나 될까 하는 회의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인도는 대규모 무역 적자와 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다. 성장률은 둔화하고 정치도 원활하지 않다. 원자재 수출 대국 브라질의 경제는 헤알화의 지나친 평가절상 등으로 성장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오닐 조차 "브릭스 국가인지 의심 받을지도 모른다"고 할 정도다. 세계 경제의 엔진이라는 찬사까지 듣던 중국 역시 성장률 감소와 과도한 투자라는 커다란 악재들에 직면해 있다. 러시아는 원자재 수출을 제외하면 국부를 만들어낼 밑천이 거의 없는 나라다.

모건스탠리 신흥시장 부문 총괄사장을 맡아 250억 달러(28조원)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는 루치르 샤르마는 신간 <브레이크아웃 네이션> 에서 브릭스 시대는 막을 내렸다고 잘라 말한다. 15년 동안 신흥국 시장 전문 투자분석가로,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면서 그는 통계나 뉴스에만 의존하지 않고 분석 대상 신흥국들에 적어도 일주일 이상 머물며 그 나라 경제의 실상, 정치 상황, 사회문화 풍토를 체감한 뒤, 앞으로 10년 동안 어떤 나라가 지고 어떤 나라가 뜰 것인가를 예측했다. 저무는 대표적인 나라가 브릭스다.

그 중에서도 세계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나라는 역시 중국이다. 경쟁력을 지탱해준 노동력은 비용 상승으로 점점 비교우위를 잃어가고 있다. 과도한 투자에는 이미 제동이 걸리고 있고 성장률은 갈수록 낮아질 것이 거의 확실하다. 내수 확대가 다시 한 번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지만 중국 내수시장은 이미 성숙 단계에 들어서 있다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게다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총부채 비중은 빠르게 증가한다.

그는 족벌자본주의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인도, 원자재 가격 상승의 은혜를 듬뿍 받긴 했지만 북유럽 수준의 복지 정책 등으로 경제 규모에 비해 정부 지출 규모가 과도한 브라질,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면 심각한 성장 정체에 빠질 수 있는 러시아, 10대 재벌 가문이 시장의 최대 80%까지를 점유하고 교육 수준이 낮은 멕시코 등을 차례로 거론하며 이 나라들이 거품이 터지는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큰 기대를 걸 만한 것이 없다고 지적한다.

그럼 향후 10년 세계 경제를 끌고 나갈 주역은 누굴까. 1인당 국민소득 2만5,000달러 미만 신흥국 중에서 고속성장 기조를 유지하면서 현재 성장률과 향후 전망치가 소득 수준이 비슷한 나라들을 뛰어넘는 나라를 '브레이크아웃 네이션'으로 부르고, 그 선두에 설 나라로 한국을 꼽았다.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를 넘어서는 경제성숙기에 들어서고도 제조업 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데다, 제조업의 내용도 로봇공학, 항공, 생명공학 등 신성장 산업으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통일 이후 북한의 자원과 노동력도 다른 나라가 결코 가질 수 없는 호재로 꼽았다. 그 외에도 저자는 체코, 터키, 폴란드, 인도네시아, 나이지리아를 새로운 성장엔진으로 꼽고, 선진국 가운데서는 미국과 독일의 황금기가 되돌아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거의 칭찬 일변도의 한국 경제 분석이 낯뜨겁긴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혼돈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는 세계 경제의 동력을 단기적으로 전망하는데 유용하다. 현장감이 살아 있어 술술 읽을 수 있는 점도 이 책의 매력이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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