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을 5개월 앞둔 6월 영화배우 사라 제시카 파커가 뉴욕 자택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 재선을 위한 모금 만찬을 열었다. 패션잡지 보그의 미국판 편집장 안나 윈투어는 행사의 사회를 봤다. 이날 50만달러의 모금액이 모였다. 같은 달 시카고에서는 마크 제이콥스, 토리 버치, 제이슨 우 등 미국 유명 디자이너들이 오바마를 주제로 디자인한 제품을 선보이며 오바마 재선을 위한 모금행사를 했다.
이달 초 미국 유명 다이어트 업체 설립자인 제니 크레이그는 그의 캘리포니아주 자택에서 미트 롬니 공화당 대선 후보를 위한 모금행사를 열어 25만달러를 모았다.
미국 패션업계가 정치판에 팔을 걷어 부쳤다. 패션 디자이너 마이클 코어스(9만5,000달러), 랄프 로렌(4만달러), 오스카드라렌타(3만달러), 마크 제이콥스(2,300달러), 도나 카란(2,000달러) 등은 최근 3년간 오바마 캠프에 꾸준히 기부를 해왔다.
이밖에 모델 출신인 타이라 뱅크스, 하이디 클룸 등도 공개적으로 오바마를 지지하고 있다.
낙태 반대 운동, 환경 운동 등 정치적인 이슈를 선도하기도 한다. 미 여성전용 헬스클럽 커브스 회장인 개리 해빈은 낙태반대운동 단체에 수천 만 달러를 기부했다.
패션업계의 ‘정치 투자’는 브랜드 홍보 효과가 크다. 데릭 대이 기업컨설팅 전문가는 “오늘날 대중들은 특정 이슈나 정치적 현안에 대해 패션 브랜드가 목소리를 내기를 기대한다”며 “어떤 이슈를 지지하고, 어떤 인물을 후원하느냐에 따라 브랜드 이미지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동성애를 지지하는 디자이너가 민주당을 지원하는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낙태반대 운동에 앞장섰던 커브스는 여성 회원들로부터 호응을 받았으며, 회원수도 늘었다고 전했다. 한 패션 관계자는 “미셸 오바마 여사가 특정 브랜드의 옷을 입고 대중 앞에 등장하면 그 옷을 만든 회사는 1,000만달러가 넘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대선후보들도 막대한 자금과 함께 여성 유권자의 표심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익이다. 공화당 정치고문 수잔 델 페르시오는 “패션 거물의 기금모금 행사는 정치에 무관심한 여성들로부터 쉽고 친숙하게 지지를 얻어낼 수 있어 선거에서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패션업계가 정치판의 돈줄 역할을 하는 데 대해 비판적인 입장도 있다. 영국 주간 옵서버는 “오바마 재선을 위해 50만달러를 모금한 안나 윈투어가 차기 영국 대사직을 노리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정치와 무관한 패션업계 스타들의 인기를 이용해 도움을 받으려는 것은 치졸한 방법”이라고 평가했다.
윈투어는 다음달 6일 영화감독 하비 웨인스타인을 동원해 다시 한번 오바마 재선 기금모금 행사를 열 계획이다. 초청권은 1인당 3만5,800달러다.
강지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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