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 소믈리에’는 농민의 마음까지 헤아릴 줄 알아야 합니다.”
27일 오전 경기 성남시 분당의 ns홈쇼핑 본사. 쇼핑호스트 8년차 경력의석혜림(31)씨가 방송 시작 전에 판매될 배추의 생산지와 특성 등을 일일이 확인하면서 꼼꼼히 메모했다. 그에겐 이건 일상이다. 매일 방송 전에는 채소나 과일의 생산지와 생산 방식 등 기본 정보외에도 영양소 함유 부분까지 소비자들이 궁금해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점검한다.
그는 국내 쇼핑호스트 채소 소믈리에 1호다. 석씨는 이날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채소 소믈리에’는 소비자들이 먹거리를 안심하게 고를 수 있도록 관련 정보를 소개하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채소 소믈리에는 일반인에겐 생소하다. 더 구체적으로 말해달라고 하자 “풍부한 지식을 바탕으로 채소와 과일의 생산부터 영양과 맛에 대한 정보까지 전달하는 채소·과일의 전문가라고 보면 된다”는 답이 돌아왔다.
‘채소 소믈리에’는 2002년 일본에서 처음 탄생했으며 국내엔 2009년께 도입됐다. 그러다 농림수산식품부가 지난해 올바르고 건강한 채소 식생활 실천을 독려하면서 사단법인 한국채소소믈리에협회가 만들어졌다. 국내에서 2시간짜리 시니어 마이스터과정(최고과정) 커리큘럼을 12차례 정도 이수한 뒤 1~3차 시험을 통과하면 자격증이 나온다. 국내엔 300여명의 채소 소믈리에가 있는데, 주로 식품업체의 메뉴 개발자나 요리연구가 등으로 활동한다.
석씨는 “쇼핑호스트로서 소비자들에게 보다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싶어 2010년 채소소믈리에 자격증을 땄다”고 했다. “회사가 먹거리 전문 방송이기 때문에 관련 지식과 책임이 더욱 필요하다고 판단했어요. 채소와 과일이 생산돼 소비자 선택을 앞두기까지의 ‘스토리’를 전달해드리고 싶었던 거죠.”
그는 “농민들이 온 정성을 다해 채소를 수확하더라도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경우에도 채소 소믈리에들이 필요하다”고 했다. 농산물의 적정 가격과 가치 등을 생산자에게 알려주고, 방송에선 쇼호스트로서 이들을 대신해 소비자들에게 ‘착한 홍보’를 하는 것이다. 생산자와 소비자간의 가교 역할인 셈이다.
“일본의 농민들은 채소 소믈리에로부터 농작물에 대한 조언을 들으며 함께 작업을 합니다. 안전한 먹거리를 생산할 수 밖에 없는 시스템이 갖춰진 것이지요. 우리도 그런 날이 곧 올 것으로 믿습니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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