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가 '어닝 쇼크'에 가까운 2분기 영업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직전 분기만해도 넘칠 정도의 이익을 냈지만 불과 한 분기 만에 수직에 가까운 추락을 맛보게 됐다.
SK이노베이션은 2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1,05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고 27일 밝혔다. 적자를 낸 건 2003년 2분기(-1,439억원) 이후 9년 만에 처음이다. 1분기에 9,269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던 점을 감안하면 불과 3개월 만에 1조원을 까먹은 셈이다.
특히 지주회사인 SK이노베이션에서 정유사업을 담당하는 SK에너지는 2분기 4,597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이는 SK의 50년 석유사업 역사에서 최대 손실이다.
1분기 3,839억원의 이익을 올렸던 에쓰오일도 이날 공개한 2분기 실적에서 1,612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실적 발표를 하지 않은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도 상당히 나쁜 성적을 기록할 것으로 알려졌다.
잘 나가던 정유사들이 순식간에 적자로 돌아선 이유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독특한 정제마진 구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정유사들의 전체 매출에서 정유(휘발유, 경유, 등유 등 에너지원)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70% 이상이다. 각 사가 석유개발과 석유화학, 윤활유 등 비정유분야로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정유비중이 절대적인 탓에 유가의 작은 출렁거림에도 희비가 엇갈릴 수밖에 없다.
정제마진은 원유 도입가격과 정제 후 만들어진 석유제품 판매가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정유사들이 중동에서 원유를 실어 오는데 걸리는 기간은 20일, 이 원유를 정제해 석유제품으로 만드는 데도 비슷한 시간이 소요된다. 원유도입과 석유제품판매 사이에 약 40일 정도의 시차가 생기는 것이다.
다른 제품은 원재료값이 오르면 소비자가격에 그대로 반영할 수 있다. 하지만 석유제품은 원유도입가격이 얼마이든 그 시점의 시세(싱가포르 현물가격)를 적용해야 한다. 따라서 작년처럼 유가가 급등할 때에는 쌀 때 들여와 비쌀 때 팔아 많은 이익(정제마진)을 남길 수 있는 반면, 지금처럼 유가가 떨어질 때에는 비쌀 때 들여와 쌀 때 팔아 고스란히 손실을 떠안게 된다.
예컨대 5월2일 두바이유 원유는 배럴당 116.59달러에서 거래됐다. 그러나 40여일 후 국제시세는 100달러 전후로 떨어졌다. 116달러를 주고 산 기름을 100달러 선에서 팔다 보니 역마진이 발생했고, 이는 곧바로 정유사 2분기 실적에 반영됐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작년에는 정유사들의 폭리논란까지 일었지만 어차피 유가등락에 따라 이익과 손실이 엇갈리는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하반기에는 유가하락세가 어느 정도 멈출 것으로 보여 마진개선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이삭 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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