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저축은행에서 뇌물을 받아 복역 중인 은진수 전 감사위원이 곧 가석방된다고 한다. 가석방은 형기의 3분의 1 이상 복역한 수형자를 대상으로 죄질과 행형성적, 재범가능성 등을 따져 결정한다. 법무부는 모범수로 분류된 은 전 위원이 1년 6개월 형기의 70% 이상을 복역해 가석방 요건을 갖췄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법무부는 국민 정서라는 가장 중요한 요건을 간과했다. 지난해 5월 서울구치소에 수감되자마자 모범수로 분류된 과정의 의혹은 논외로 하더라도 이번 결정은 일반인의 법 감정을 정면으로 거스른 조치다.
검찰의 저축은행 수사에서 권력층의 비리와 부패가 고구마 줄기처럼 뽑혀 나오는 형국이다. 땀 흘려 모은 돈을 저축은행에 맡겼다가 날린 서민들은 그들의 탐욕을 보며 절규와 함께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 그런 마당에 한쪽에선 잡아넣고 다른 쪽에선 모범수 운운하며 풀어준다는 건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이해할 재간이 없다. 더욱이 은 전 위원은 공직자의 비리를 감시하는 최고 감사기관의 고위공직자였다. 그가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이 아니었다면 이런 식의 가석방을 꿈이라도 꿀 수 있었겠는가.
시기적으로도 지극히 부적절하다. 저축은행 비리 사건 등으로 측근들이 줄줄이 구속되자 대통령이 "차마 고개를 들 수가 없다"며 대국민 사과를 한 게 불과 며칠 전이다. 대통령이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는 순간에 가석방 안을 올렸다는 것 자체가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정부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러고도 대통령 사과의 진정성을 받아달라고 국민들에게 말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 우려되는 건 이번 가석방이 계기가 돼 이미 구속수감된 대통령 측근들이 줄줄이 풀려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은 전 위원과 같은 논리라면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과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등도 수감 태도가 우수하다는 이유로 일정 형기만 채우면 가석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억장이 무너지는 국민들의 심정을 조금이라도 헤아린다면 은 전 위원에 대한 가석방을 당장 취소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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