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무엇으로 사는가/김효진 지음/부키 발행ㆍ256쪽ㆍ1만3000원
널찍한 요 위에 누워 사는 아들을 공깃돌 굴리듯 굴리며 "웬수"라는 악담을 퍼붓는 친구를 보며 먼저 보낸 아들이 생각나 오열했다는 고(故) 박완서 작가. 짐이 될지언정 보고 만지고 얘기할 수 있는 것만도 부럽다는 그 심정이 모성(母性)이다.
이 책은 자녀의 장애를 알고 억장이 무너졌던, 또 이내 기운을 차려 씻기고 먹이고 가르치다 수천 번 좌절했던, 그러나 종래엔 사랑스러운 아이 때문에 수만 번 웃었던 엄마들의 이야기다. 장애를 극복한 이야기는 많지만 그 뒤에서 억척스럽게 자식을 돌보는 엄마가 어떻게 살았을까 하는 관심은 적었다. 소아마비 후유증으로 지체장애를 얻은 저자는 마흔둘에 아들을 낳고 보니 세상 엄마들이 달리 보여 책을 쓸 결심을 했다. 그리고 다운증후군, 자폐, 청각장애, 시각장애, 발달장애 자녀를 둔 12명의 엄마를 만났다.
"어떻게 하면 쉽게 죽을 수 있을까요." 다운증후군 지영이 엄마는 장애 자녀를 둔 부모 모임에 나갔다가 백일도 안된 아기를 둔 한 엄마의 말에 충격을 받았다. 엄마들은 처음에 모이기만 하면 울었고 일부는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는데 차차 고통 속에서 힘이 생겼다. 그리고 마침내 지영이 엄마는 딸의 권리를 찾아주기 위해 주위의 의식과 환경을 바꾸기로 결심하고 '함께 가는 마포장애인부모회'를 결성했다.
둘째 셋째가 특별한 원인도 없이 시각장애인이 된 민태 엄마는 "네가 안 보이는데 어떻게 알아"라는 말도 서슴지 않는다. 어차피 안고 살아가야 할 장애라면 외면하고 감추기보다 일찌감치 적응하는 법을 가르치자는 것. 그러나 주변의 시선은 여전히 고정되어 있다. 소지섭을 닮은 애교덩어리 아들 덕분에 일상이 시트콤이라는 요섭이 엄마 역시 "참 잘생겼는데 (자폐라서)안됐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그럼 얼굴까지 못 생겨야 하나'하는 생각이 불쑥 든다며 편견을 탓한다.
책에는 장애 판정을 받던 날 울화가 치밀어 집안 살림살이를 다 치워버리거나, 가르치는 걸 잘 따라오지 못하는 아이에게 손찌검을 하고는 펑펑 눈물을 쏟거나, 장애를 인정하기 싫어서 장애인 등록을 미뤘다는 등 꾸밈없는 솔직한 이야기들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절망의 문턱에서 희망을 찾기까지의 여정에서 엄마들은 항상 이렇게 주문을 외운다. "나는 엄마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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