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어디로 가? 요즘 입버릇처럼 듣는 물음이다. 본격적인 휴가철이고 보니 사람들의 관심이 어떻게 쉬느냐에 있는 것 같다. 글쎄, 아직 생각을 안 해봤는데, 라고 하니 그건 의지없음으로 안 가겠다는 뜻이라나.
맞다, 인정한다. 어렸을 때도 나는 식구들과 함께 계곡 같은 데 놀러가 물장구 치고 김밥 먹고 수박 베어 물고 벌레 물린 데 긁어가며 잠도 자는 텐트의 추억을 몹시도 귀찮아했으니까. 억지로 끌려가서는 집에 두고 온 만화책을 못 읽어서 라디오를 못 들어서 그걸 아쉬워하며 짜증을 낼 때 친척 어른들은 무얼 했나, 하면 엄마와 함께 바삐 한쪽에서 개를 끓이고 또 한쪽에서는 닭을 삶곤 하였다.
여름은, 휴가는, 이렇듯 보양을 하며 흘린 땀을 보충해야 한다나. 엄마는 단골가게에 부탁하여 개나 닭을 미리 사두었다. 차이라면 깨끗하게 손질된 닭과 다르게 개의 경우는 이를 앙다문 채 죽은 녀석을 엄마가 직접 칼로 그을린 털을 슥슥 긁어내기까지 했던 거랄까. 엄마는 먹지도 못하는 개고기를 모두를 위해 요리했다.
코를 막고 간을 보는 기막힌 풍경 너머 김이 솔솔 피어 오르는 솥 가까이 함께 여행을 온 가족들이 모여들 때 절로 그려지던 동선이라니, 그게 정이고 그게 피라던가. 그렇게 한데 엉켜 놀고 먹고 자는 동안 그저 속절없이 시간만 갔다 싶은데 돌이켜보니 켜켜이 쌓인 것이 추억이다. 이 힘으로들 우리들은 늙어가는 내일을 버텨가는 거겠지. 그래서 올 휴가, 가족과 함께 하련다.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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