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화(57ㆍ사법연수원 15기ㆍ전 인천지검장) 대법관 후보자가 26일 전격 사퇴했다.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도입된 2000년 이후 국회의 임명동의 절차 도중 후보자가 자진 사퇴한 것은 처음이다.
김 후보자의 자진 사퇴는 사실상 새누리당의 압박에 의한 것이다. 이날 오전 강창희 국회의장과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는 정부에 김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 불가 방침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강 의장은 이 원내대표와 회동, 야당이 위장전입 의혹 등을 제기하며 반대해온 김 후보자를 제외한 나머지 대법관 후보자 3명에 대해서만 국회에서 임명동의안을 처리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이 원내대표는 이 같은 뜻을 법무부 측에 전달했고, 김 후보자는 이후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다는 것이다.
지난달 15일 김 후보자를 포함해 고영한, 김신, 김창석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위장전입과 저축은행 수사 무마, 다운계약서 작성, 세금 탈루, 아들 병역 편의 등 10여 가지의 의혹이 제기돼 부적격 시비가 일었고 이 때문에 임명동의안 처리는 한 달 넘게 지체됐다. 김 후보자는 대법관 4명의 공석 사태로 파행 운영되고 있는 대법원의 상황을 고려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현직 판사가 자신에 대한 임명제청을 대법원이 재고해야 한다는 내용의 글을 법원 내부게시판에 올리는 등 반대 여론이 일자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후보자는 이날 '사퇴에 즈음하여'라는 제목의 사퇴서를 통해 "저를 둘러싼 근거 없는 의혹들에 대해 끝까지 결백함을 밝히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나 저로 인해 대법관 구성이 지연된다면 더 큰 국가적 문제라 생각해 사퇴하는 게 국가에 마지막으로 헌신하는 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는 그러나 자신에 대해 제기된 의혹에 대해서는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사퇴서에서 "청문회 과정에서 여러 의혹이 제기돼 사실무근임을 성실하게 해명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저와 제 가족들은 명예와 인격에 심대한 타격을 입었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김 후보자의 사퇴 의사 표명 후 긴급 논평을 내고 "충격과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하루빨리 국회에서 대법관 임명동의 절차가 마무리돼 대법원이 본연의 임무에 전념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민주통합당은 김 후보자가 자진 사퇴함에 따라 나머지 대법관 후보자 3명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처리할 방침이다. 이들의 임명동의안은 8월 1~2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처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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