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야구 중계를 영상 대신 네티즌들의 댓글로 볼 때가 있다. 경험해보신 분들 꽤 되지 않을까 한다. 왜냐? 완전 재밌는 까닭이다. 백일장 심사 때나 논술 채점 시에 혀를 끌끌 차며 획일화된 교육으로 상상력의 고갈이다 뭐다 질책하기 바빴던 것에 비하자면 이 기발한 발상들이 어디 숨었다 이제 나왔나 가히 뒤로 자빠질 적 한두 번이 아니다.
왜일까. 일단은 익명이 힘이겠지. 닉네임 뒤에 숨어 제 본명을 가리자면 욕하기도 약올리기도 얼마나 쉬운가. 그 즉흥성에서 그 적극성에서 천편일률적인 온갖 비유로부터 탈피가 되는 것 또한 분명할 테고 말이다. 부끄럽지만 나도 가끔 포털 사이트에서 내 이름을 검색해보곤 한다.
떨칠 유명세랄 게 없으니 어떤 관리의 수단이라기보다 순전히 호기심의 발로에서다. 몇 해 전인가 한 낭독 행사에 참석해 시를 읽은 적이 있다. 나는 그저 수줍게 내 시나 낭독했을 뿐인데 누군가 제 블로그에 후기랍시고 내 하반신만 찍은 사진을 올려두고는 이렇게 멘트를 날리지 않았겠는가. 저렇게 두꺼운 다리를 내놓고 치마를 입을 수 있는 시인의 용기에 박수를!
순간 귀까지 빨개지는 부끄러움이 먼저였고 그다음은 자각이었다. 그로부터 한동안 치마를 입지 못했던 나라지만 매의 눈을 가진 네티즌들의 눈을 신뢰하게 된 것도 사실이다. 오늘 하루 리설주라는 여성 동지의 사진과 영상을 귀신같이 찾아내 올리는 것을 보시라. 제아무리 각하라도 네티즌들에게는 백전백패라니까!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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