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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 보일 감독에 배우 2만명 '한편의 블록버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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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 보일 감독에 배우 2만명 '한편의 블록버스터'

입력
2012.07.26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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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9시(한국시간 28일 오전 5시) 런던 올림픽 스타디움. 관중석 상단에 놓인 27톤짜리 유럽 최대의 종(鐘)이 울린다. 동시에 '007'영화의 주인공 제임스 본드 역을 맡았던 대니얼 크레이그가 헬기에서 주경기장에 줄을 타고 내려온다. 2012년 제30회 런던 올림픽 대장정의 개막을 알리는 순간이다.

개막식 공연은 아카데미 8개 부문 수상작인 '슬럼독 밀리어네어'를 연출한 영국의 대니 보일 감독의 지휘아래 '경이로운 영국(Isles of Wonder)'이라는 주제로 펼쳐진다. 주제는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곡 '템페스트(Tempest)'에서 따왔다.

한여름 밤의 빛과 어둠이 어우러진 대향연은 3시간 동안 진행된다. 2만여명이 동원됐고, 2,700만 파운드(약 488억원)를 투입했다. 한마디로 '블록버스터 영화'라고 할 만하다.

개막식은 모두 3막으로 구성돼 영국의 근ㆍ현대사와 오늘의 현실, 미래의 희망을 노래하는 대서사시를 연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1막은 산업혁명 이전 영국 농촌의 자연과 활기찬 삶이 형상화된다. 강물이 된 육상 트랙과 필드 위 푸른 벌판 사이로 실제 가축들이 뛰놀고, 인공비가 내리는 가운데 배우 겸 감독 케네스 브래너가 '템페스트'에 나오는 "두려워 말라, 영국은 소란으로 가득 찰 것이다"라는 대사를 읊는다.

이어 2막에서는 18, 19세기 낭만파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 '예루살렘'에서 표현한 '암흑 속 악마의 맷돌(dark satanic mills)'을 모티브로 영국 산업혁명이 가져온 자연과 인간성 파괴를 다룬다.

마지막 3막에서는 분위기를 바꿔 희망의 찬가를 노래한다. 대공황과 실업을 넘어 복지와 민주주의 시대를 연 민중의 힘을 예찬하고 현대 대중문화에 영감을 준 영국 예술을 찬양한다. 실업자와 공장노동자, 간호사, 광부들을 형상화한 공연단이 등장해 대공황을 이겨낸 영국인과 나아가 세계인의 저력을 다시 한번 일깨운다. 3막 중간 중간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피터 팬'부터 '메리 포핀스'와 '해리포터'시리즈에 이르기까지 영국 걸작 아동문학 속의 캐릭터들도 등장한다.

개막식 음악감독은 영국의 일렉트로니카 밴드인 언더월드의 멤버 칼 하이드와 릭 스미스. 이들은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과 영국 육상 영웅을 그린 영화 '불의 전차'의 주제곡(반젤리스 작곡)을 비롯해 비틀스, 섹스 피스톨스, 더 후 등 전설적인 밴드의 노래를 선곡했다. 피날레는 폴 매카트니가 선창하고 8만여 관중이 따라 부르는 '헤이 주드(Hey Jude)'다.

이 노래가 울려 퍼지면서 올림픽의 발상지 그리스를 필두로 205개국 1만6,000여명의 각국 선수단이 입장하고 영국 단일팀이 마지막으로 들어선다. 선수 입장이 끝나면 화려한 불꽃놀이로 대미를 장식한다.

한편 개막식에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부인인 미셸 오바마를 비롯해 딜마 로제프 브라질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노다 요시히코 총리,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 밋 롬니 미국 상원의원(공화당 대통령 후보) 등 사상 최대 규모인 120여개국 정상급 대표들이 참석한다.

영국 올림픽 조직위원회(LOCOG)는 현장에서 직접 볼 인원은 8만여명이지만, 생중계를 통해 전 세계에서 10억명이 지켜보고, 녹화와 인터넷 중계로 보는 사람까지 합치면 40억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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