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의 대표 재건축 단지인 대치동 은마아파트 101㎡형에서 최근 호가가 8억원으로 떨어진 급매물이 나왔다. 3.3㎡당 가격이 2,613만원까지 떨어진 것이다. 2010년 10억5,000만~10억6,000만원까지 올랐으나 불과 2년여 만에 2억5,000만원가량이나 주저앉았다.
은마아파트를 비롯 이웃 개포 등 대표적 재건축 단지의 가격이 약세를 면치 못하면서 강남 재건축 아파트 평균가격 3,000만원(3.3㎡당) 붕괴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그 동안 전문가들은 3,3㎡ 당 3,000만원을 강남 재건축 가격의 '심리적 마지노선'이라 여겨왔는데, 이 선의 붕괴가 오랫동안 전국 집값을 좌지우지하던 강남 재건축 시대의 막을 내리는 신호탄이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인구 감소 및 베이비붐 세대 은퇴 확산과 같은 인구구조의 변화와 재건축 수익률 감소로 인한 투자 매력 저하 등의 요인 때문에 한번 무너진 3,000만원선이 다시 회복하는 데는 상당 기간 걸릴 것으로 보는 전문가가 많다.
26일 부동산정보업체 닥터아파트가 지난 2006~2012년까지 6년간 강남ㆍ서초ㆍ송파ㆍ강동 등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가격을 조사한 결과, 7월 현재 3.3㎡당 평균 매매가격은 3,017만원으로 2009년 2월 이후 42개월 만에 최저점을 나타냈다. 올해 1월 시세인 3,211만원과 비교해도 반년 만에 200만원 가까이 떨어진 것이다. 현재 추세로 볼 때 다음달 평균가격의 2,000만원대로 낮아지는 것은 거의 확실하다.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값은 2006년 4월 3.3㎡ 당 3,088만원으로 처음 3,000만원대 선을 열었다. 하지만 지난 2008년 미국 금융위기로 급락하며 그 해 12월 3,000만원선이 붕괴됐고, 이후 3.3㎡당 2,902만원까지 밀리는 등 등락을 거듭하다 2010년 2월에는 한강변 초고층 아파트 건립 허용이 발표되며 3.3㎡ 당 3,599만원까지 올라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재건축 계획이 잇따라 좌초하면서 다시 떨어지기 시작해 올해 7월 3.3㎡당 3,017만원까지 주저앉은 것이다.
개별 단지를 보면 2007년 초에 비해 30% 가량 하락하기도 했다. 은마 112㎡는 2006년 12억6,500만원에서 2010년 10억7,500만원으로 떨어지더니 올 들어서는 9억3,500만원(3.3㎡ 당 2,754만원)까지 추락하며 30%에 가까운 하락세를 보였다. 강남구 개포시영 56㎡의 최근 매매가격은 6억5,000만원으로 2008년 1월 평균 시세인 8억5,000만원과 비교해 2억원 가량이나 빠졌다. 한때 13억원을 넘었던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112㎡도 현재 9억2,000만~9억4,600만원으로 9억원선 붕괴가 코 앞이다.
이영호 닥터아파트 리서치연구소장은 "당분간 반등을 이끌 호재가 없는 만큼 8월 들어서 3.3㎡ 당 3,000만원대 붕괴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의 마지막 자존심이 무너지는 것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부동산팀장은 "한때 강남 재건축 시장이 대한민국 부동산을 좌지우지했지만 이제 그런 시절은 끝났다"며 "저점 매수를 기다리고 있는 투자 수요가 어떻게 움직이느냐가 향후 가격 하락속도에 대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이나, 내수 회복과 글로벌 경제 위기 해소 등이 선행되지 않고서는 과거 같은 호황을 누리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전망했다.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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