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트 롬니 미 공화당 대선 후보가 3개국 순방외교의 첫 기착지로 영국 런던에 도착한 25일 그를 기다린 것은 롬니의 외교안보 측근을 인용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앵글로색슨의 유산을 존중하지 않는다"고 보도한 텔레그래프의 기사였다. 이 인사는 "롬니는 다르다"며 "우리(미국과 영국)는 앵글로색슨의 유산을 공유하고 있고, 롬니는 그 특별한 관계를 특별히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아버지가 아프리카 출신인 오바마보다는 롬니가 전통의 영미관계를 이해할 적임자임을 은연 중 과시한 것이다.
그러나 해외에 나가 대통령을 욕보이고 인종적 편견을 드러낸 이 발언은 예상대로 미국에서 파문을 일으켰다. 조 바이든 부통령은 "롬니의 외국방문 취지가 혼란스러워졌다"며 "정치적 이익을 위해 영미동맹까지 이용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오바마에 뒤쳐지는 외교안보 분야의 약점을 만회하기 위한 롬니의 순방외교가 첫 단추부터 잘못 꿰인 것이다. 롬니 진영은 "측근이 이같이 발언한 사실이 없고, 그런 발언을 했더라도 롬니의 생각은 다르다"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이전에도 롬니 측은 오바마의 다문화적 유산을 공격해 편향성을 노출시킨 게 사실이다. 지난주 존 스누누 선거캠프 공동의장은 "오바마가 미국 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한다"며 "그가 인도네시아에서 수년을 보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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