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올림픽이 여전히 스포츠 축제로 보이는가 아니면 스포츠를 통한 글로벌 기업들의 마케팅 이벤트로 보이는가. 만약 전자에 찬성표를 던지면 올림픽 문외한이란 소리를 듣게 될지 모른다.
제30회 런던올림픽이 열리는 주무대 런던 도심 외곽 스트래트포트. 18세기 산업역명의 여명이 깨어난 유서 깊은 곳이다. 그 후유증으로 불과 수 년전까지만 해도 산업폐기물 뒤범벅이었다. 그러나 올림픽 파크로 환골탈태, 세계에서 가장 주목 받는 명소로 부활했다. 경기장 주변 곳곳에는 아직 폐건자재들이 널부러져 있지만 런던 시민들은 "상전벽해라는 말은 이럴 때 가장 잘 어울린다"며 스스로도 놀라워했다.
사상 처음 세 번째로 올림픽을 개최하는 런던시민들의 뼛속 깊이 자리잡은 자부심을 체험하기 위해 25일(현지시간) 올림픽 파크를 벗어나 도심으로 발길을 돌렸다. 스트래트포드 역 광장은 이미 인산인해였다. 쉴새 없이 들고나는 관광객들과 자원봉사자들로 인해 발을 들여놓기도 어려울 정도. 악명 높은 런던도심 교통난을 피해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그러나 뜻밖에 지하철 내부는 턱없이 좁고 낡았다. 결정적으로 실망한 건 에어컨이 전혀 가동되지 않았다. 당시 외부온도가 섭씨 30.2도. 지하철 내부는 한증막 찜통 그 자체였다. 1주일전 연일 쏟아지는 폭우로 '비는 당장 그쳐야 한다'라는 사상 초유의 신문사설이 게재된 것과 비교하면 런던이 얼굴을 완전히 바꾼 것이다.
더구나 찜통 지하철은 툭하면 정차를 반복했다. 10여분이상 멈춰 있어도 승객들은 의례 있는 일 인 듯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도 않았다. 버스로 갈아타도 에어컨이 없기는 마찬가지. 시내중심부로 자리를 옮겼지만 뜻밖에 올림픽 분위기는 찾기 어려웠다. 한 런던시민은 "특별할 것도 없지 않는가(So What!)"라며 "흥분하지 않는 모습의 평상심이 런던의 진면목이다"라고 대변했다.
런던=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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