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낮 경북 포항시 도구해수욕장. 해병대원 차림의 앳된 여학생 50여명이 검은색 고무보트 5척을 나눠 들고 바다로 뛰어 들었다. 반쯤은 군용 헬멧으로 덮인 얼굴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최고기온이 36도까지 오른 찜통 더위에 구명조끼까지 껴입고 힘겹게 노를 저으면서도 입가엔 미소가 번졌다. 사흘 간 동고동락하며 사귄 친구들이 곁에 있어서다.
이들은 해병대 캠프가 받은 100번째 기수다. 해병대 1사단은 23일부터 중ㆍ고생 279명을 대상으로 야외 교육ㆍ훈련과 병영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캠프는 27일까지 열린다. 그날그날 테마가 바뀐다.
캠프 참가자들이 각개전투를 벌인 입소 첫날 주제는 '출발'이었다. '도전'이 콘셉트였던 이튿날에는 공수기초훈련에 도전했다. 사흘째였던 이날테마는 '인내'. 폭염 속에 상륙기습훈련(IBS)이 예정돼 있었다. 해병대원들이 보트를 활용해 은밀히 뭍에 내린 뒤 재빨리 적진에 침투하는 능력을 갖도록 하는 훈련이다.
100기 입소자 중 여학생이 55명으로 모두 6소대에 소속됐다. 이날 들고 뛰었던 고무보트 한 척의 무게는 10대 여학생 10명이 붙어도 옮기기조차 만만찮은 100㎏ 안팎이었다.
훈련을 무사히 끝낸 학생들은 자부심과 신뢰로 가슴이 부풀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다시 캠프를 찾은 10명의 참가자 중 한명인 이유진(15ㆍ부산 용호중 3)양은 "캠프를 경험한 뒤 매사 자신감이 생겨 올해도 지원했다"며 "친구들도 사귀고 몸도 튼튼해져 좋다"고 말했다.
해외에 거주하는 다문화가정 학생도 5명이나 입소했다. 레베카(12)양은 미국 오클라호마주에 살고 있지만 한국인 어머니의 권유로 내한 중에 캠프에 참여하는 열정을 보였다. 미국에서 태어난 교포 엄지환(15)군은 "해병대 캠프를 통해 나라의 소중함을 깨닫게 됐다"고 활짝 웃었다.
26, 27일은 각각 '극기'와 '탄생'이 주제다. 상륙용돌격장갑차(KAAV) 탑승과 유격기초훈련 등이 이어진다. 캠프 마지막 날엔 수료생들에게 해병대 상징인 '빨간명찰'이 수여된다.
캠프 교육대장인 안종인(51) 원사는 "이번 캠프 참가자들도 우리 해병들처럼 스스로 힘든 길을 선택한 소수정예 인원들"이라며 "단체 생활에서 필요한 희생 정신과 포기를 모르는 불굴의 해병 정신을 배워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1997년 사회 공익ㆍ교육 사업의 하나로 시작돼 올해 15년째를 맞은 해병대 캠프엔 지금까지 2만5,000여명이 거쳐갔다. 캠프 참가자중엔 해병대 입대자도 적지 않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