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코스트코가 독주하고 있는 창고형 할인점에 국내 대형마트 2곳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지난달 말 롯데마트가 '빅마켓'을 오픈한 데 이어 이마트가 '한국식 창고형 할인점'을 표방하는 '트레이더스' 천안아산점을 열었다.
창고형 할인점은 창고처럼 넓고 실내장식을 최소화한 매장으로, 대용량이나 묶음형 제품을 일반 대형마트보다 더 저렴하게 파는 곳을 말한다. 5만~7만 가지 제품을 판매하는 대형마트에 비해 제품 종류를 3,000~4,000가지로 줄이고 자체상표(PB) 제품 비중을 높여 상시 저가로 판매한다. 말 그대로 '창고'처럼 물건을 쌓아 팔고 직원 수도 절반 정도로 줄여 비용을 최소화한다.
특히 생수와 기저귀 등 생필품 가격이 매우 저렴한 편. 롯데마트에서 판매하는 '초이스엘 샘물'(2ℓ 6개 들이)은 3,360원이지만 빅마켓에서 판매하는 '네츄럴 미네랄워터' (2ℓ 6개 들이)는 1,990원으로, 개당 300원 꼴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세계적인 경제 침체로 창고형 할인점은 매년 급성장하는 추세. 1994년에 처음 국내 진출, 7개 점포를 운영 중인 코스트코 역시 가파른 성장을 이어가며 지난 회계연도(2010년 7월~2011년 8월) 매출액이 2조원을 넘어섰다. 월마트, 까르푸 등 세계적 대형마트들이 우리나라에선 맥을 못 추며 철수했지만, 유독 코스트코는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에 대형마트들도 창고형 할인점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대형마트 시장자체가 포화상태에 달한데다, 월 2회 의무휴업 등 정부 규제로 매출이 감소하자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창고형 할인점에 주목하게 된 것이다.
지난달 28일 오픈한 롯데마트 빅마켓은 코스트코와 거의 비슷한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상품군은 3,000여 가지로 압축했고 해외 제품도 1,000여 가지를 저렴하게 선보였다. 무엇보다 연회비 3만5,000원(비즈니스회원 3만원)를 받는 유료회원제로 운영되고, 신용카드 수수료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롯데카드 한 가지만 받는다는 점도 코스트코(삼성카드만 받음)와 유사하다.
이에 비해 이마트는 '한국형'으로 차별화를 꾀했다. 지난 13일 오픈한 트레이더스 천안아산점은 회원가입 없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모든 신용카드를 다 받는다. 상품 종류도 4,000가지로 코스트코나 빅마트에 비해 좀 더 많다.
특히 코스트코와 빅마켓은 공산품 위주인 데 반해 이마트는 신선식품도 강조했다. 채소와 양곡, 과일 등 신선식품을 150평 규모의 '쿨링 존'에 모아놓고, 상온에서 판매되던 신선식품을 준 냉장 수준으로 매장에 진열해 신선한 상태로 유지시켜 판매한다. 냉장 보관이 필요한 상품의 경우 쿨링존안에 별도의 냉장시설을 구비해 '이중 잠금 장치'를 했다.
토종 창고형 할인점의 초기 반응은 좋은 편. 과거에는 소비자들이 대형마트에서도 '서비스'를 중시했지만 불황이 심화하면서 '가격'을 우선하는 실용적 소비가 보편화했기 때문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다만 글로벌 기업인 코스트코에 비해, 해외 브랜드 제품확보는 열세일 수 밖에 없지만 '가격'으로 이 한계를 극복한다는 계획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앞으로 나머지 트레이더스 매장도 천안아산점과 같은 형태로 리뉴얼할 계획"이라면서 "가격 정책은 동일상권 내에서 일반 할인점 대비 7~15%, 회원제 매장대비 3~5% 저렴하게 가격을 책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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