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의 가장 가까운 이웃이 교통사고를 당했다. 백악관 정문 앞에서 32년째 반핵 1인 시위를 해온 콘셉시온 피시오토(67) 할머니 얘기다.
피시오토가 교통 사고로 입원하자 다른 활동가들이 그가 있던 자리를 지켜 워싱턴의 반핵 불침번은 계속되고 있다. 코니로 더 잘 알려진 피시오토의 이웃은 로널드 레이건부터 버락 오바마까지 5명의 대통령이었다. 코니의 시위 텐트와 반핵 구호가 적힌 피켓을 둘러 보는 일은 백악관 관광 코스처럼 돼있다.
그는 평소 몇 블록 떨어진 평화의 집에서 씻고 식사하고 잠시 눈을 붙인 뒤 시위 현장으로 돌아오곤 했다. 그러다가 13일 자전거를 타고 길을 건너다 택시와 충돌해 넘어지면서 오른쪽 어깨를 땅에 부딪혔다. 병원 대신 백악관 앞으로 돌아왔던 코니는 지난주 뒤늦게 쇄골 골절 진단을 받고 입원했다. 그가 현장을 떠난 것은 1981년 8월 1일 백악관 정문 건너편 라파예트 공원 앞에 평화의 캠프를 차린 이후 처음이다.
코니는 병원에서 "나의 삶이, 나의 메시지가 거기에 있다"며 시위를 계속할 뜻을 워싱턴포스트에 밝혔다. 평화의 캠프에서는 반전운동가 빌 미니우티(62)가 대리 시위를 하고 있다. 코니에게는 또 다른 시련이 닥쳐오고 있다. 활동가들이 함께 기거하는 평화의 집이 팔릴 위기에 놓인 것이다. 집은 코니보다 한달 먼저 백악관 앞 시위를 시작한 반전주의자 윌리엄 토머스 홀렌백의 소유였다. 그가 2009년 숨지면서 집을 상속받은 부인이 이번에 매각 결정을 내린 것이다. 부인 엘렌 벤자민은 활동가들에게 50만달러에 팔려 했으나 실패하자 그들에게 8월말까지 집에서 나가달라고 통보한 상태다. 그는 "코니가 여기 있기를 바라지만 집이 팔리면 그럴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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