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으로 거론되는 후보들이 베이징(北京)에 모두 집결했다. 베이징 동쪽의 휴양지 베이다이허(北戴河)에도 공산당 원로와 거물들이 속속 도착하고 있다. 중국의 미래 지도자를 정할 베이다이허 회의가 사실상 개막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중국 31개 성(省)ㆍ구(區)ㆍ시(市)의 성장과 부성장, 국무원 부장(장관)과 중앙군사위원회 상무위원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성부급(省部級) 주요 영도 간부 세미나가 23일 베이징에서 개막했다고 신화통신이 24일 보도했다.
이 자리에는 후진타오(胡錦濤) 국가 주석이 참석했음에도 불구하고 차기 국가 주석이 될 시진핑(習根平) 국가 부주석이 세미나를 주재해 눈길을 끌었다. 나머지 7명의 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들도 빠짐없이 자리를 지켰다. 왕치산(王岐山) 부총리, 류윈산(劉雲山) 중앙선전부장, 류옌둥(劉延東ㆍ여) 국무위원, 리위안차오(李源潮) 중앙조직부장, 왕양(汪洋) 광둥(廣東)성 서기, 장가오리(張高麗) 톈진(天津)시 서기, 장더장(張德江) 충칭(重慶)시 서기, 위정성(兪正聲) 상하이(上海)시 서기 등 차기 상무위원으로 거론되는 후보들도 얼굴을 보였다. 세미나엔 주요 기업과 금융ㆍ교육기관 책임자도 참관했다.
후 주석은 강연에서 "정치 개혁은 공산당의 영도 아래 인민을 주인으로 받들고 법치로 인민의 민주를 발전시키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후 주석의 강연이 끝난 뒤 시 부주석이 강연 내용을 마음 깊이 새겨야 할 것이라고 강조해 전임자와 후임자의 인수 인계 모습을 연상케 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베이다이허에서 당 원로와 간부들이 눈에 띄기 시작하고 경비가 강화됐다고 보도했다. 베이다이허는 베이징에서 동쪽으로 290㎞ 떨어진 바닷가 휴양도시로, 중국 수뇌부가 매년 여름 비밀회의를 열고 중요 현안을 논의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회의의 유래는 마오쩌둥(毛澤東)과 덩샤오핑(鄧小平) 모두 수영을 즐긴 것과 무관하지 않다.
올해는 이미 확정된 시 부주석과 리커창(李克强) 부총리 외 나머지 상무위원을 누구로 할지가 결정된다.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시 서기의 운명도 정해진다. 이에 따라 당 3대 파벌인 공산주의청년단파와 태자당, 상하이방이 각자의 지분을 늘리기 위한 막판 물밑 투쟁에 돌입한 상태다.
후 주석을 중심으로 하는 공청단파가 예상과 달리 열세란 분석도 나왔다. 뉴욕타임스는 차기 상무위원 후보 비밀투표에서 태자당으로 분류되는 왕치산 부총리가 1위를 했다는 소식도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현재 9명인 상무위원 수가 그대로 유지될지, 과연 어느 파가 주도권을 쥘지 등은 뚜껑을 열어 봐야 알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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