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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길 살해사건 이후/ 274㎞ 지리산 둘레길엔 CCTV 1대 없어… 불안한 '걷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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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길 살해사건 이후/ 274㎞ 지리산 둘레길엔 CCTV 1대 없어… 불안한 '걷는 길'

입력
2012.07.24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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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올레길 40대 여성 살해사건 이후 전국의 '걷는 길' 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걷는 길이 속성상 호젓한 곳에 위치할 수 밖에 없는데도 지자체들이 관광수입을 위해 경쟁적으로 길 트기에 나섰을 뿐 치안이나 재난과 관련된 사회 안전망 확충은 도외시했다는 지적이다.

광주시가 제주 올레길, 지리산 둘레길과 함께 전국 3대 명소 길이라고 자랑하는 무등산 옛길(11.87㎞)에 범죄예방을 위해 설치된 CCTV는 고작 5대에 불과하다. 연간 15만명이 찾는 이 길은 인적이 드문 곳에 조성됐지만 CCTV는 차량통제소나 무등산관리사무소 입구 등 탐방객이 몰리는 곳에 설치돼 있어 제 기능을 잃은 지 오래다. 3개 구간 탐방로 순찰도 청원경찰 5명을 포함해 총 8명이 하루에 한 번 도는 게 전부다.

무등산옛길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전북 남원과 전남 구례, 경남 함양ㆍ산청ㆍ하동 등 5개 시ㆍ군을 아우르는 총 연장 274㎞의 지리산 둘레길과 수도권 주민들이 자주 찾는 인천 강화나들길(246.8㎞)엔 CCTV가 한 대도 설치되지 않았다. 걷는 길 73개(786㎞)가 조성된 강원도엔 CCTV는커녕 안내원과 감시원이 배치된 곳도 없다. 서울, 경기의 둘레길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처럼 대부분의 지자체들이 CCTV 설치를 외면하는 것은 걷는 길이 주로 사유지에 조성된 탓에 CCTV와 송전선로 설치가 어려운 데다 설치를 하더라도 사후 유지관리비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남원시 관계자는 "수백㎞에 달하는 걷는 길에 CCTV를 설치한다는 것도 어렵지만 사후 유지관리비용도 만만찮게 소요돼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며 "탐방객 안전 확보가 중요한 것은 알지만 걷는 길이 유료도 아닌 마당에 안전시설의 대대적 확충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또 지자체들은 걷는 길이 산속에 조성돼 있어 보안등을 설치할 경우 주변 야생동식물의 서식환경에 악영향을 미치고 공원환경을 훼손할 수 있다는 이유로 보안등 설치마저 꺼리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자체들이 내놓은 안전대책도 탐방객들에게 하산 시간을 엄수하고 단독 보행을 하지 말라는 내용의 안내판을 설치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 때문에 탐방객 안전을 위해서는 올레길과 같은 보행자 전용길에 대한 법령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걷는 길은 환경부(생태탐방로) 국토해양부(해안누리길) 문화체육관광부(문화생태탐방로) 등 5개 기관과 지자체, 민간단체가 제각각 추진하고 있으며 안전시설 설치와 관련한 규제법령도 없는 실정이다.

새누리당 홍지만 의원(대구 달서갑)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국민이 안전하게 보행할 권리를 보장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올레길과 둘레길 등의 탐방로, 등산로를 보행자길에 포함시켜 CCTV나 보안등과 같은 안전시설물을 설치토록 하는 내용의 보행안전 및 편의증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이미 발의했고 반드시 통과시키겠다"고 말했다.

안경호기자 khan@hk.co.kr

한준규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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