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의 브레이크를 모르시는 분은 없을 것이다. 그러면 여러 분의 자동차에 설치된 브레이크가 고장이 날 확률이 1,000분의 1이라고 가정해 보자. 아마 이 정도의 브레이크라면 어떠한 탑승자도 불안할 것이다. 그래서 바로 이 자동차에 똑 같은 브레이크를 하나 더 달면, 이 두 개의 브레이크가 동시에 고장이 날 확률은 1,000분의 1 곱하기 1,000 분의 일이 되어 100만 분의 일에 지나지 않는다. 즉, 여러 분 자동차에 대한 신뢰성은 엄청 높아지는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현재 중소기업 관련 사업을 수행하지 않는 부처는 거의 없다. 중소기업청 이외에 무려 400여개의 중소기업 관련 지원기관이 있다고 한다. 다수의 부처가 내놓고 있는 중소기업 관련 정책은 1,300여개에 이른다. 이렇게 다양한 기관이 복잡한 정책과 사업을 수행하고는 있지만, 중소기업을 살리지는 못하고 있다. 중소기업을 살린다는 명분으로 중소기업 관련 사업 및 정책에 국민의 혈세를 퍼붓고는 있지만, 다수의 기관들이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는 정책과 사업들이 융합이 되기는커녕 종합조정도 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부 내 거의 모든 부처가 중소기업 관련 정책 및 사업을 한다는 측면이 우리 중소기업의 도태를 막는 하나의 브레이크라면, 또 난삽하게 분산된 중소기업 관련 정책 및 업무를 제어하는 브레이크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서 중소기업 관련 정책 및 업무를 종합조정하고 융합시켜야 하는 기관이 바로 중소기업청이다.
하지만, 청(廳)이라는 정부조직은 중앙부처의 소속기관으로 부처조직과 비교해 포괄적인 정책이나 사업을 수행하지 못하는 조직적이고 구조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다. 바로 이것이 '중소기업부'의 신설이 필요하다는 핵심 논리다. 즉, 정책의 입안 및 집행 측면에서 구조적 한계를 지닌 청 단위 조직을 넘어 '중소기업부'가 브레이크 역할을 제대로 해서 정부 내 중소기업 관련 정책 및 업무를 종합조정하고 융합하는 것이 필요하다.
중소기업청의 정책대상이 되는 중소기업의 수는 1996년 개청 당시 260만여 개에서 310만여 개로 16% 이상 늘었고, 중소기업 종업원 수도 841만 명에서 1,175만여 명으로 40% 가까이 증가했다. 그러나 이러한 숫자의 증가가 중소기업이 보호되고 육성되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수많은 직장인들이 열악한 고용구조에서 조기퇴직하는 현상이 두드러졌고, 생계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라도 해야 했던 분들이 소규모사업을 시작해야만 했기에 중소기업의 숫자는 당연히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 나아가 개업한 중소기업 3곳 중 1곳이 3년 안에 폐업한다는 것을 감안하고, 사업에 실패했다는 주위 분들이 도처에 널려 있는 것을 보면 중소기업 종사자들의 경제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과거 정부는 물론 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성장위주의 경제정책이 우선시 되면서 대기업 우선 정책이 시행되어 왔고, 그러한 틀 안에서 중소기업 지원정책 등이 시행되어 왔으니 대기업과의 상생, 시장공정성 등의 중소기업 기본 정책은 어느 시대에도 이루어진 경우가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다수의 부처가 경쟁적으로 내놓는 중소기업관련 정책을 보면, 멀지않은 장래에 중소기업관련 정책이 수천 가지에 이르게 될 것으로 보인다. 무분별하게 분산된 정책이 중소기업을 살리지 못한다는 것은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이미 증명 됐다. 중소기업이 호소하는 자금난, 인력난, 판로난, 원자재난 중 어느 난제가 중기청 개청 16년 동안 해소되었는지 궁금하다.
물론 '중소기업부'가 신설되어도 조직개편의 효과성에 관한 논란은 지속될 것이다. 그러나 '중소기업부'의 신설은 현재 여러 부처에서 수행하고 있는 중소기업 관련 정책 및 업무를 종합조정하고 융합함으로써 우리나라 국민경제활동의 근간인 중소기업 관련 정책을 체계화하고 시장배분 질서를 바로 잡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믿는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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