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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논쟁] 국회의원의 특권·특혜 축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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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논쟁] 국회의원의 특권·특혜 축소

입력
2012.07.24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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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국회 초반을 뜨겁게 달궜던 정치권의 '국회의원 특권 특혜 폐지 경쟁'이 급격히 식어가는 분위기다.

새누리당이 선수를 쳤다. 지난달 국회 개원과 함께 불체포특권 포기를 포함한 6대 쇄신안을 내놓자, 민주통합당도 질세라 국회의원 연금제도 전면 폐지 등 5개의 특권 개혁 방안으로 맞불을 놓았다. 여야의 특혜ㆍ특권 줄이기 시합에 많은 국민은 신선한 충격을 받았으며 기대 또한 적지 않았다. 그러나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되면서 정치권의 호언은 공언(空言)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국정조사 특위 구성 등 여야가 개원합의문에 명시한 것들이 별 진전을 못보는 상황이어서 이와 맞물려 특권ㆍ특혜 폐지 움직임도 빛을 잃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삐를 늦춰선 안 된다고 이구동성으로 지적한다.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여야가 한 목소리로 '특권폐지'를 언급한 만큼 이번 기회에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특권 축소 방안을 입법화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다만 삼권분립이라는 헌법이념에 위배될 소지가 없는, 의정활동과 무관한 특혜성 특권을 축소하는데 주력해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황영민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간사는 "여야가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불신에 편승해 무분별하고 정략적으로 특권 폐지 카드를 꺼내들었다"며 "불합리한 게 있다면 개선안을 당연히 검토해야겠지만 권한의 취지와 다르게 남용되지 않도록 내부 자정을 결의하고 조용한 실천을 보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 불체포·면책특권 등 남용이 더 문제… 의정활동 무관한 특혜부터 내려놔라

누구든 법 앞에 모두 똑같기를 원한다. 성별과 직업이 무엇이든, 사회적 신분이 어떠하든 차별 받으면 열 받는다. 때로 우리는 평등권을 절대적 평등으로 오해해 정당한 이유와 합리적 근거에 의한 차등도 참지 못한다. 입(口)에 들어가는 쌀(禾)이 공평(平)하지 않으면 평화(平和)롭지 않듯 남이 나보다 잘되거나 특혜를 받으면 배 아파한다. 특권을 누리는 남이 불신의 대상이면 더욱 못 참는다. 국회의원의 특혜와 특권이 바로 그것이다. 국민의 존경을 그다지 받지 못하는 국회의원이 200여 가지가 넘는 특혜와 특권을 누리고 있다니 평등감수성이 높은 국민으로서는 참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웬일인지 국회의원 스스로가 이 특권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했다. 여론을 잘 읽은 여권이 먼저 나서서 국회의원 특권 폐지와 정치 쇄신을 위한 6대 쇄신안을 발표했다. 기득권을 포기해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얻어 대선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자는 전략인지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여당의 '특권폐지' 목소리에 야당도 적극 화답하고 있어 19대 국회에서 개선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 참에 국회의원이라는 신분으로 누리는 각종 특혜가 사라질 것으로 기대해 보지만, 국회의원 스스로 포기해야 하는 것이라 특권ㆍ특혜 내려놓기가 실현될 것인지 장담할 수는 없다.

그런데 참 기이한 것은 여야 모두 정작 포기해야 할 특권과 특혜는 숨겨두고 포기해서는 안 될 특권을 내세우며 마치 대단한 특권을 포기하는 것처럼 정치 쇼를 벌이고 있다는 점이다. 국회의원 모두에게 해당되는 특권과 특혜는 아까워서 그냥 놔두고 일부에게만 해당될지도 모를 불체포특권을 포기해야 한다고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남경필 새누리당 의원은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을 스스로 포기할 수 있는 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한다. 그러나 불체포특권 자체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불체포특권이란 행정부에 의한 부당한 체포ㆍ구금으로부터 자유로운 의정활동을 보장하는 기능을 갖는다. 면책특권과 함께 불체포특권은 행정부의 불법한 억압으로부터 국회의 자주적인 활동을 보장하는 헌법상 권리다.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은 의원 자신의 범죄행위에 대한 면책이 아니라 회기 중에 국회의원의 신체의 자유를 보장해 국민대표기관으로서 의회가 올바로 기능하고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보장해주는 특권이다.

헌법에 보장된 불체포특권은 평등원칙과 삼권분립이라는 헌법이념에 위배될 소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아주 제한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 또한 국회의원 개개인의 특권이라기보다는 국회의 특권으로 보아야 하며, 국회의 기능과 신망을 유지하기 위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행사되어야 한다. 그래서 불체포특권 자체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버려야 할 것은 불체포특권의 오ㆍ남용이다. 이 제도가 의회민주주의 국가에서 정치적으로 악용된 예는 우리뿐일 것이다. 여야의 담합 속에 국회가 회기 중 불체포특권을 국회의원 개개인의 비리와 부패행위에 대한 보호막으로 악용해온 예가 적지 않다. 체포동의서에 대한 방탄용으로 회기를 연장하거나 임시국회를 열어 개점휴업상태의 식물국회라는 비난도 감수한 적이 많았다.

정작 포기해야 할 것은 국회의원의 특혜성 특권이다. 여야가 모두 진정 쇄신하길 원한다면 의정활동과 무관한 특권과 특혜를 과감히 포기해야 한다. 그 특권과 특혜가 얼마나 많은지 2주 동안만 지역구에서 고개 숙여 악수하고 고생하면 4년이 편한 직업이 국회의원이라는 말도 있다. 그러나 선출되자마자 특권의식이 발동해 국민 위에 군림하면서 각종 특혜와 특권을 누리며 자신들이 만든 법도 지키지 않는 일이 다반사다. 여야가 특권포기경쟁에 나선 이상 특별위원회를 구성해서라도 특권포기방안을 마련해 입법으로 이어지게 해야 한다. 국회의원이 국민으로부터 존경받고 신뢰받는 직업이 되려면 의정활동과 무관한 배지의 특권과 특혜를 과감히 버려야 한다.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대선 앞 정략적 쇼 보듯 개선안 난무… 내부 자정·조용한 실천부터 보여줄 때

19대 국회 출범과 함께 시작된 여야의 이른바 '특권 폐지' 경쟁이 치열하다. 국회가 의정활동과 무관한 '특혜'들을 없애고, 불합리한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데 반대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러나 현재 진행되는 '특권 폐지론'에 대해서는 몇 가지 짚어볼 지점이 있다.

먼저 여야의 선명성 경쟁이 왜곡된 개선안과 담론을 양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제기되는 '특권폐지안'에는 '특권'이라 호명될 수 있을지 의심스러운 안과 자칫하면 권력분립 하에서 입법부에 부여된 정당한 권한까지 약화시킬 수 있는 안까지 무분별하게 혼재되어 있다. 예를 들면 의정활동에서 '무노동 무임금'을 적용하자는 안이다. 실제로 새누리당은 6월 세비를 반납했지만, 당 내에서 제기된 반론처럼 국회의원은 본회의가 열리지 않아도 정책을 연구하고, 유권자를 만나는 활동을 수행하며, 또 마땅히 그래야 한다. 국회 파행을 해결할 정치력을 발휘하고 유권자를 만나기 위해 매진하기보다, 노동자의 파업을 무력화하기 위해 악용되어 온 '무노동 무임금'이라는 개념을 차용한 발상이 안타깝다.

'국회폭력 처벌 강화'는 어떠한가. 지난 18대 국회 기간 몇 차례 발생한 국회 내 폭력이 국민의 이맛살을 찌푸리게 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날치기와 직권상정의 반복이라는 원인 진단은 제쳐두고, 입법부 내에서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사법권의 개입으로 해결하겠다는 발상은, 입법부 내 갈등 해결의 자율성을 부여한 취지와 어긋난다. '국민소환제' 역시 마찬가지다. 대의민주주의에서 국민이 대표자의 오류를 시정할 적절한 방안을 찾는 것은 필요하지만, 소환의 남발과 같은 부작용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법안 발의부터 하는 것은 책임 있는 태도가 아니다. 선명성만 앞세운 채 입법부의 기능을 약화시키고 국민의 대표 역할을 망각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돼서는 곤란하다.

다음으로 제도 만능주의에 대한 우려다. 행태에 대한 성찰 없이 제도만 바뀐다고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다. 물론 참여연대도 창립 이래로 끊임없이 국회 개혁을 위한 제도 개선을 제기해왔고, 최근 논의되는 '의원 영리행위 겸직 금지'도 참여연대가 꾸준히 제기해 온 안이다. 하지만 제도가 모든 것을 규정할 수는 없기에 제도를 실천하는 '행위자'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예를 들면 국회 윤리특위의 경우 현실에서 왜곡된 동료 의식으로 종종 기능하지 않는 상황이 발생했던 만큼, 3선 이상의 선수가 높은 의원들을 윤리특위에 배치하는 방안이 제기되어 왔다. 그러나 19대 국회 첫 윤리특위는 15명의 위원 중 10명이 초ㆍ재선 의원으로 구성되어 사실상 '권위 있는' 윤리 심사 기구로 작동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18대 국회에서 성희롱 발언으로 문제되었던 강용석 전 의원의 경우에도 제도의 부실 이전에 의원들이 제명에 찬성하지 않았기 때문에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었다.

불체포 특권도 마찬가지다. 불체포 특권은 국회가 거대한 행정부 권력을 견제하도록 역사적으로 형성된 권한이다. '포기'를 선언할 대상도 아닐뿐더러 제도적 제약을 우선시할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정당과 의원들이 방탄국회를 여는 등 '남용'을 하지 않으면 될 일이다. 그러나 얼마 전 '정두언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에서 볼 수 있듯이 인식과 행동은 제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실이다.

말하자면 국회의원의 이른바 '특권'은 무슨 커다란 개혁을 하는 것처럼 여야가 떠벌릴 사안이 아니다. 불합리한 제도가 있다면 개선안을 검토하고, 권한의 취지와 다르게 남용되지 않도록 행동으로 보여줄 일이다. 그런데 최근 여야의 행태를 보면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 대한 불신에 편승해 무분별한 제도 개선안만 제기한 채 정략적으로 '특권폐지론'을 활용한다는 인상이다. 그러나 내부의 자정 결의를 다지고 실천을 준비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 같은 행태는 오히려 국민의 정치 불신을 심화시킬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정두언 의원 체포 동의안 부결 사태가 이미 그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제 '특권 폐지쇼'를 중단하고 조용한 실천을 보여줄 때다.

황영민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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