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 대통령 후보를 뽑는 경선 레이스가 본격 시작됐다. 5명이 참여하는 새누리당 경선 레이스는 지난 21일 시작돼 내달 20일 대통령 후보를 확정하고 막을 내린다. 민주통합당은 23일 TV토론회를 시작으로 30일까지 예비 경선(컷오프) 레이스를 벌여 8명의 후보 중에서 5명의 본 경선 후보를 뽑는다. 이후 50여 일 동안의 각축전을 벌여 9월 23일 5명의 후보 중에서 대통령 후보를 선출한다.
국민들의 관심은 단연 민주당 경선에 쏠리고 있다.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독주하고 있는 새누리당 경선이 '보나 마나 한 게임'이라면, 지지율이 엇비슷한 후보들이 경쟁하는 민주당 경선은 '두고 볼 만한 게임'이기 때문이다. 특히 문재인 손학규 상임고문 김두관 전 경남지사 등 후보 대부분은 범상치 않은 인생 경로와 정치 이력을 가지고 있어 '스토리텔링'이 가능한 사람들이다.
국민들이 민주당 경선에 갖는 관심의 핵심은 과연 박 전 위원장과 한판 승부를 벌일 만한 후보를 만들 수 있느냐에 있다. 현재 박 전 위원장의 높은 지지율과 비교하면 민주당의 대다수 후보들은 적수가 되지 못한다. 하지만 스토리를 가진 후보들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면서 각본 없는 드라마를 펼치는 과정에서 진정한 대항마가 만들어질 수 있다. 그래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출마할 경우 야권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핵 폭발의 위력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런데 강력한 흥행 요소를 지닌 민주당의 경선 분위기가 이상하리만큼 뜨지 않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제 시작이긴 하지만 언론이 으레 만들어주는 기획 기사 외에는 후보들끼리 이슈 선점 경쟁 등에서 나오는 역동적인 얘기가 없다"며 "출발 신호가 울리는 시점엔 분위기가 어느 정도 달궈져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유는 대선 후보 경선이 아직 민주당의 중심에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오히려 원내 중심의 대여 투쟁에 더 힘써 왔다. 최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밀실 처리 논란과 관련한 민주당의 대여 공세는 현 정권의 협정 추진 동력을 소진시켜 사실상 무산시키는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 문제를 국무총리 해임건의안으로까지 끌어가면서 정쟁화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총리가 사과까지 한 사안인데다 청와대 실무 책임자까지 문책한 상황인데 굳이 총리 해임건의안까지 갔어야 했느냐는 지적도 있다.
민주당이 대여 원내 투쟁에 몰입하는 근저에는 '박지원 원내대표 보호'가 있다는 시각이 많다. 저축은행으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박 원내대표는 지난 19일에 이어 23일 두 번째로 검찰 소환에 응하지 않았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검찰은 엉뚱한 정치공작을 중단하라"면서 박 원내대표를 적극 엄호하고, '정치검찰공작수사대책특위'까지 만들어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 주장이 그다지 설득력을 갖는 것 같지는 않다. 시중에선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며 정치 생명을 걸고 싸우겠다는 박 원내대표가 정말 떳떳하다면 검찰 조사를 받아 하루라도 빨리 혐의를 벗는 것이 민주당의 대선 전략에 도움이 된다는 목소리가 많다.
정권교체가 두 차례 이뤄졌고, 이미 저축은행 비리와 연루돼 현 정권의 핵심 인사들이 줄줄이 구속된 상황에서 박 원내대표의 검찰 소환을 '정치공작수사'라고 반박하며 버티는 행태는 '구태 정치'로 비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이 이 문제를 끝까지 끌고가 대선 정국의 쟁점으로 만드는 데 성공하더라도 현 정권과 일정하게 거리를 두는데 성공한 박 전 위원장에게 직접적인 타격을 주기는 힘들다. 대선 전략으로 끌고 가기엔 별 효과가 없을 것이란 얘기다. 오히려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현재 지도부 체제 출범 때 논란이 됐던 '이해찬 대표_박지원 원내대표_문재인 대통령 후보' 밀약설이 재조명되면서 유력 주자의 발목을 잡고 경선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의 일부 대선 후보 진영에서 박 원내대표가 검찰 조사에 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이러한 걱정 때문일 것이다. 민주당이 '박지원 사령관 구하기'를 하려다 자칫 전쟁에서 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김동국 정치부 차장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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