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형(39)씨는 의사 출신 애니메이터라는 이색 경력의 소유자다. 연세대 졸업 후 레지던트로 일하던 중 청진기를 내려놓은 그는 뒤늦게 자신만의 길을 선택했고 결국 미국 최고 수준의 애니메이션 제작사로 평가 받는 픽사의 메인 애니메이터가 됐다.
22일 폐막한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 참석 차 고국을 방문한 김씨는 이날 서울 중구 예장동의 한 레스토랑에서 기자와 만나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야겠다는 마음에 의사를 그만뒀다”고 했다. 대학 시절 미술반 활동을 하며 컴퓨터 그래픽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던 그는 “2000년 레지던트를 그만 둔 뒤 정식으로 애니메이션 공부를 하면서 길을 찾게 됐다”고 했다.
2003년 미국 유학길에 오른 그는 픽사 인턴 과정을 마친 뒤 게임업체 블리자드에 들어가 ‘스타크래프트 2’ 영상을 만드는 데 참여하기도 했다. “블리자드 덕에 취업비자를 해결할 수도 있었고 액션 연출에 대한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고 했다. 정식 직원으로 픽사에 채용된 그가 메인 애니메이터 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던 것은 부단한 노력 덕분이었다.
김씨는 픽사에서 ‘업’ ‘토이 스토리 3’와 9월 개봉 예정인 ‘메리다와 마법의 숲’ 제작에 참여했고 현재는 ‘몬스터 대학교’를 작업 중이다. 그는 “내 결정을 존중해 주고 미국에 함께 와 아이를 키우며 고생하는 아내가 가장 고맙고 미안하다”고 했다.
그는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감동받는 것을 보면서 애니메이터로서 자부심과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영화 ‘업’ 개봉 때는 상영 후 박수까지 나왔어요. 보기 드문 광경이었는데 그땐 픽사에 대한 자부심까지 생기더군요. 제가 만족할 만한 수준의 애니메이터가 될 때까지 계속 배워나가고 싶습니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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