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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개구리'낸 中 대표적 소설가 모옌 이메일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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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개구리'낸 中 대표적 소설가 모옌 이메일 인터뷰

입력
2012.07.23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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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부인과 의사인 고모가 소설의 실제 모델 계획생육 따라 낙태 시술하며 갈등 많았을 것"

중국 소설가 모옌(莫言ㆍ57)은 국내에서 꽤 친숙한 작가다. 1986년작 <홍까오량 가족> 이 장이모 감독의 '붉은 수수밭'으로 영화화되며 세계적 명성을 얻은 그는 <인생은 고달파> <생사피로> 등 10여 편의 장편소설과 80여 편의 단편소설을 썼다. 그 중 10여 권이 국내 번역, 출간됐고 지난해 만해사상실천 선양회가 주최하는 만해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광활한 중국 대륙을 연상시키는 거침없는 서사를 통해 중국사회를 비판적으로 조명해 현재 노벨문학상에 가장 근접한 중국 소설가로 꼽힌다.

최근 신작 <개구리> (민음사 발행)를 낸 모옌을 이메일로 만났다. 주인공 커더우가 스기타니 요시토라는 인물에게 편지를 보내 고모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으로 된 이 소설은 작가 자신의 고모를 모델로 중국의 산아제한 정책인 '계획생육'을 정면으로 다룬다.

-고모가 실제 소설의 모델이다. 구체적으로 고모의 어떤 모습이 소설에 반영됐나?

"산부인과 의사인 고모는 까오미 둥베이 향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이었다. 1950년대부터 둥베이 향의 아이 수천 명이 고모의 손을 거쳐 태어났다. 그러나 계획생육 실천 과정에서 고모는 자기 뜻과는 달리 수 없이 많은 인공유산수술을 해야 했다. 아마 고모는 수도 없이 마음의 갈등을 겪었을 것이다. 이는 고모 개인의 갈등일 뿐만 아니라 한 세대, 나아가 나라 차원의 갈등이라 할 수 있다. 소설에 나오는 이야기는 수없이 많은 진짜 이야기들을 엮어놓은 것이다. 화자인 커더우(중국어로 올챙이라는 뜻)는 내 개인적인 마음, 체험을 담고 있다."

-중국엔 출판물 사전 검열제도가 있다. <개구리> 는 심사통과에 어려움은 없었나.

"도서 출판 심사를 위한 전문 기관은 없지만 출판사마다 개별적으로 3차에 걸쳐 심사가 이루어진다. 정치적, 예술적인 측면의 심사가 포함된다. 심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논쟁이 있었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결국 모든 과정을 통과했다."

-이 소설은 5편의 긴 편지글과 극본이 덧붙여진 형식이다. 특히 뒷부분 극본이 독특하다. 이런 구성 방식을 선택한 이유는?

"극본과 편지형식의 결합은 일종의 '문체를 넘나드는 실험적 창작'이라 할 수 있다. 편지글 부분은 사실적인 묘사를 동원했고, 극본 부분은 초현실주의적 필법을 활용했다. 이 두 부분이 대조를 이루며 서로 보완적 성격을 띠기도 하고, 상호 분석적 의미를 갖기도 한다."

-중국의 계획생육의 문제점이 국제사회에 널리 알려진 계기는 인권변호사 천광청의 미국 망명이다. 당신과 같은 산둥성 출신인 천광청이 계획생육 반대 운동할 때나 투옥, 연금 때 그를 만나거나 도운 적 있는가?

"작가는 창작을 할 때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할 뿐으로, 다른 사람의 영향은 받지 않는다. 1984년 작품 <폭발> , 1987년 작품 <환락> , <영아 유기> 도 모두 계획생육을 다룬 작품이다."

-필명인 '모옌'은 말이 없다는 뜻이다. 이 필명을 쓰게 된 이유는?

"내가 어렸을 때 중국은 사회가 불안해서 자칫 말을 잘못하면 가족에게 큰 재난을 안겨줄 수 있었다. 창작을 시작한 후 필명을 '모옌'이라고 지었다. 원래 내 이름(관모예ㆍ管謨業) 가운데도 이 글자 하나가 있다."

-한국에 여러 번 방문했고, 지난해 만해문학상 수상으로 더 친숙해졌다. 한국 문학계에 대한 인상은?

"한국은 문학창작이 매우 활발하고, 특히 시인이 많다. 이처럼 많은 이들이 창작에 임한다는 것은 민족의 예술적 소양이 매우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 문인들과 많은 만남을 가졌고, 한국 청년작가들의 창작에 관심이 많다."

■ '개구리'는 어떤 소설

중국 둥베이 지역의 유능한 산부인과 의사인 고모는 생명을 탄생시킨다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하지만 중국정부가 1971년부터 실시해온 '한 가정 한 자녀'정책인 '계획생육'이 시작됨에 따라 임신부를 낙태시키는 일에 가담하게 된다. 고모는 무장민병을 동원해 임신부를 병원에 끌고 오는가 하면, 트랙터로 몰고 가 임신부의 집을 허물겠다고 위협하기도 한다.

주인공 커더우의 아내 역시 고모에게 둘째아이 낙태시술을 받다 사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모는 계획생육의 의지를 더 불태우며 임신 7개월의 왕단을 체포하고자 재산을 몰수하고 가족을 감금한다. 강 위에서 추격전을 벌인 끝에 뗏목에 숨은 왕단을 발견하지만 왕단이 조산하려는 것을 알고는 무사히 아이를 낳도록 돕는다. 아이를 낳고 숨을 거둔 왕단을 보며, 고모는 뒤늦게 후회한다. 고모는 은퇴 후 자신이 낙태한 아이들의 모습을 점토인형으로 빚으며 속죄한다. 소설의 제목인 개구리는 모옌의 고향인 중국 가오미 둥베이 지역의 토템 동물로 왕성한 생식력 덕분에 다산의 상징으로 꼽힌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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