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이란 것 때문에 사람들이 저를 죄인처럼 볼까 봐 전화도 못 받았어요. 육체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한계에 이르렀죠. 더 이상 일어서지 못할 것 같은 순간이었어요."
가수 윤하(24ㆍ본명 고윤하)가 전 소속사와 1년 가까이 이어진 법적 분쟁을 마치고 다시 무대 위로 돌아왔다. 1년 8개월 만에 새 앨범도 이달 초 출시했다. 20일 만난 윤하는 정규 4집 '슈퍼소닉'에 대해 "1년 반 동안의 기록이 담긴 앨범"이라고 소개했다.
2004년 일본에서 먼저 데뷔하며 재능 있는 10대 싱어송라이터로 주목 받은 윤하는 도쿄와 서울을 오가며 아이돌 그룹의 틈바구니 속에서 착실하게 경력을 쌓아가고 있었다. 전 소속사와 갈등이 불거진 것은 지난해 초. 윤하는 "노예계약에 해당하는 전속계약"이라며 무효를 주장했고, 소속사도 계약 위반이라며 반소를 제기했다.
10개월간 이어진 소송은 양측의 합의로 일단락됐고 윤하는 올 초 새로운 곳에 둥지를 틀고 새 출발에 나섰다. 데뷔 이후 처음으로 갖게 된 자유로운 시간에 그는 "집에서 가족과 지내며 하고 싶은 일을 마음대로 하는 게 좋긴 했지만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아 패닉 상태가 되기도 했다"고 했다.
3개월의 '백수' 생활 끝에 MBC 라디오 '별이 빛나는 밤' 제작진으로부터 DJ 제의를 받았다. 그는 한참을 고민하다 오래 전부터 함께 해왔던 매니저의 조언을 듣고 다시 세상 속으로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윤하는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며 대화하기도 힘든 때였는데 제작진의 스파르타식 교육을 받으며 여러 초대손님과 만나다 보니 이제 많이 안정됐다"고 했다. 11년 만에 부활한 '별밤 잼 콘서트'도 지난해 11월 성공적으로 마쳤다.
1년간의 소용돌이 속에서 그는 "내가 살아 온 세계가 전부가 아니란 사실을 겸허하게 인정하게 됐다"며 엷은 미소를 지었다. 음악에 대한 생각도 조금은 바뀌었다고 했다. 그는 "걸 그룹들에 맞서서 이겨야 한다는 강박에 그들을 따라 하려 했지만 그것이 음악에 소홀하게 된 이유가 됐다는 걸 깨달았다"고 술회했다.
새 앨범을 만들며 윤하는 음악에 더 솔직해진 것 같다고 했다. 모든 걸 쏟아 부어야겠다는 마음에 미니 앨범이 아닌 정규 앨범을 만들었다. "아쉬움을 남겨놓고 싶지 않았어요. 팬들의 기대에도 부응하고 싶었죠."
4집 '슈퍼소닉'은 존 박, 조규찬, 박재범, 타이거 JK 등의 도움을 받아 록, 힙합, 발라드 등 다양한 장르의 12곡을 담았다. 단독 콘서트도 준비 중이다. 28일 서울 악스코리아 공연에 이어 8월 11일엔 부산 롯데호텔 아트홀에서 팬들과 만난다. 그는 "진심을 다해 솔직한 내 모습을 노래하고 싶다"고 했다. 공연문의 (02)3472-9321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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