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올레길에서 지난 12일 실종됐던 여성 강모(40)씨가 11일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제주동부경찰서는 23일 강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살인 및 사체유기)로 강모(46ㆍ무직ㆍ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시흥리)씨를 긴급 체포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 6시10분쯤 범인 강씨를 검거해 집중 추궁한 끝에 범행 일체를 자백 받은 뒤, 서귀포시 성산읍 시흥리 두산봉 인근 대나무숲에서 피해자 강씨의 시신을 발견했다. 숨진 강씨의 시신이 유기된 장소는 올레길 1코스에서 도보로 10여분 정도 떨어진 곳이며, 살해된 곳은 이곳에서 700여m 떨어진 올레길 안내소와 말미오름 중간지점이다. 범인 강씨는 범행 장소 인근에 거주하면서 선원생활을 했으며 택시강도 등 두 차례 전과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강씨는 경찰에서 "12일 오전 8~9시쯤 소변을 보고 있는데 피해 여성이 나를 성추행범으로 오해하고 신고하려 해 휴대폰을 빼앗는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목 졸라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시신을 훼손한 이유에 대해 강씨는 "경찰의 수색작업으로 심리적 압박을 느껴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해 그랬다"고 진술했다. 강씨는 지난 19일 오후 10시쯤 유기했던 피해자 강씨의 시신에서 손을 잘라낸 뒤 운동화 속에 넣어 18km 떨어진 제주시 구좌읍 만장굴 인근 버스정류장에 놓아두었다.
당초 경찰은 목격자 제보와 CCTV 분석 등을 통해 지난 21일 강씨를 용의자로 지목했으나 참고인 조사만 한 뒤 돌려보냈다가 강씨가 잠적하자 긴급 체포했다.
경찰은 강씨를 상대로 정확한 범행 동기와 시신 유기 경위를 조사하는 한편 여죄가 있는지 추궁하고 있다. 경찰은 숨진 강씨의 시신에 하의 속옷만 남겨져 있는 상태로 볼 때 성폭행 당했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24일 시신을 부검하기로 했으며 범인 강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숨진 강씨는 지난 11일 2박3일 일정으로 제주에 와 성산읍 시흥리 한 게스트하우스에서 하룻밤을 묵고 12일 오전 7시쯤 올레길을 걷겠다며 숙소를 나선 후 소식이 끊겼다.
서귀포=정재환 기자 jungj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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