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황식 국무총리 해임건의안이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정족수 미달로 무산됐다. 강창희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에 따라 표결까지 갔던 터라 해임을 추진한 민주통합당은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했고, 해임에 반대했던 새누리당은 도리어 대야 공세 카드를 쥐게 됐다.
강 의장은 이날 여야가 김 총리 해임건의안 처리를 합의하지 못하자 직권으로 본회의에 상정했다. 강 의장은 본회의 시작 직후 "총리 해임건의안의 법정 처리시한은 사실상 오늘이 마지막"이라며 "따라서 대정부질문이 끝나고 국회법에 따라 해임건의안을 추가로 상정해 처리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대정부 질문이 끝나고 밤 늦은 시각에 진행된 김 총리 해임건의안에 대한 무기명 비밀투표에는 의결정족수인 151명보다 적은 138명만 참여해 표결 자체가 성립되지 않았다. 민주당과 통합진보당 등 야당 의원들은 대부분 투표에 참여했지만, 새누리당은 표결이 시작되자 일제히 퇴장함으로써 표결에 불참했다.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제안설명을 통해 "이명박 정부는 국민과 국회를 무시한 채 한일정보협정을 체결해 국내적 갈등과 외교적 망신을 초래했다"며 "정부 수립 이후 최악의 외교적 참사에 대해 국가 업무를 총괄 관리하는 국무총리가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홍일표 원내대변인은 "체결되지도 않았고 수정해서 추진하면 될 한일정보협정 때문에 총리를 해임하겠다는 건 지나친 정치공세"라며 "특정인에 대한 방탄국회를 염두에 둔 정략적 접근이란 점에서 표결에 불참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해임건의안 상정을 요구해온 민주당은 난감해했다. 대법관 후보자 임명동의안 등 여야간 갈등을 빚고 있는 다른 안건에도 국회의장이 '법대로 처리'를 내세워 직권상정할 경우 이를 막을 명분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우원식 원내대변인은 "원만한 국회 운영을 위해 새누리당이 일정 협의에 나설 수 있도록 요청했는데 느닷없이 직권상정을 했다"면서 "이 과잉친절이 다른 안건을 처리하기 위한 방편이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경계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유감스럽다"면서도 별도의 반박 논평을 내지 않고 결과에 만족하는 분위기다. 여당 내에선 해임건의안이 상정되더라도 국회 통과가 어렵기 때문에 오히려 다른 안건을 처리할 수 있는 카드를 얻게 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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