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 다마스쿠스에서 정부군과 교전 중인 시리아 반정부군이 19일(현지시간) 경찰본부를 공격해 경찰과 친정부 민병대 수십명이 죽거나 다쳤다고 밝혔다. 전날 국가보안기구 청사 테러로 국방 장ㆍ차관 등이 숨진 데 이어 공권력의 핵심 기구인 경찰본부가 습격 당하면서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결정적 타격을 입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반군 활동가의 말을 빌려 “반군이 다마스쿠스 구도심 카나왓에 있는 경찰본부 건물을 습격하고 순찰차 3대에 폭탄 공격을 가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알아사드 정권의 지휘체계가 대부분 무너졌다”며 “알아사드가 수일 내로 타격에서 회복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전망했다.
시리아 국영방송은 반군의 국가안보청사 테러 때 부상한 히삼 베크티아르(71) 보안국장이 20일 사망했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의 제재 명단에도 포함된 베크티아르 국장은 알아사드 정권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이다.
정부군은 다마스쿠스 내 반군 장악 지구를 상대로 반격에 나섰다. 국영TV는 “정부군이 다마스쿠스 남부 미단에서 반군을 물리치고 치안을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AFP는 시리아 제2도시 알레포에서도 정부군과 반군이 격전을 치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알아사드는 19일 자살폭탄 테러 이후 처음으로 국영TV를 통해 모습을 드러냈다. 국영TV는 그가 신임 국방장관에게 임명장을 주는 모습을 음성 없이 방영했다.
반군은 19일 북쪽의 터키 국경과 동쪽의 이라크 국경의 주요 통행로를 장악했다고 밝혔다. 반군의 점령지는 무기 공급처인 터키 접경지대의 바브 알 하와 검문소와 자라블루스 검문소, 이라크 접경지대의 다마스쿠스_바그다드 고속도로와 아부 카말 검문소 등 6곳이다. 인터넷에는 반군 조직 자유시리아군이 국경 검문소에 걸린 알아사드 대통령과 그의 부친 하페즈 전 대통령의 대형 초상화를 훼손하는 동영상이 게시됐다.
시리아 사태가 격화하면서 사상자도 늘고 있다. 인권단체 시리아인권관측소(SOHR)는 19일 하루 302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는 SOHR가 인명피해를 집계한 이래 가장 많은 수다. 피난민도 늘어 이날 1만8,600명 이상이 레바논 국경을 넘었다고 레바논 당국이 밝혔다.
한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시리아 제재안 표결이 러시아와 중국의 거부권 행사로 부결되면서 서방과 러시아ㆍ중국의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제이 카니 미 백악관 대변인은 “러시아와 중국이 시리아의 평화와 안정에 반대하면서 시리아 국민의 반대편에 섰다”고 비난했다. 미 하원은 이날 미 국방부가 추진 중인 러시아 무기 구매를 중단시키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유럽연합(EU)은 27개 회원국의 해상과 항만, 공항에서 알아사드 정권이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의심되는 무기 반출을 막도록 검색을 강화하는 안을 23일 정례 외무장관회의에서 확정하기로 했다.
알렉산더 오를로프 프랑스 주재 러시아 대사는 20일 프랑스 언론 인터뷰에서 “알아사드가 문명화한 방식이라면 퇴진할 준비가 돼 있으며 (시리아 과도정부 구성에 합의한) 제네바회의 이행안에 따라 반정부세력과 협상할 대표를 임명해뒀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리아 국영TV는 “전혀 근거 없는 발언”이라고 보도했고 러시아 외무부도 “발언이 와전됐다”며 퇴진설을 부인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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