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랴오닝(遼寧)성의 성도 선양(瀋陽)에서 차를 타고 남서쪽으로 3시간쯤 달려 도착한 잉커우(營口)시. 중국 동북지역에서 처음 개항한 요충지였지만 그 동안 큰 관심을 받지 못한 탓에 구 도심은 상당히 낙후돼 있었다. 그러나 최근 380㎢ 규모의 연해산업기지 건설에 박차를 가하며 신 도심 곳곳엔 활기가 넘쳤다. 지리적 특성을 눈 여겨 본 대만의 폭스콘이 10억달러(약 1조1,400억원)를 투자키로 했고 중국의 민메탈 그룹도 자리를 잡았다. 코카콜라는 4월 중국에서 가장 큰 현지 공장을 세웠다. 100만명이 거주할 신 도심과 공항의 건설은 이제 막바지다. 왕바이성(王白勝) 잉커우사 발전개혁위원회 주임은 “철강과 신소재, 조선과 자동차 부품 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며 “연평균 15% 성장이 목표인데 올 상반기에도 이러한 추세를 유지했다”고 말했다.
잉커우시 서쪽의 판진(盤錦)시도 열기가 뜨겁다. 중국 동북부에서 바다로 나갈 때 가장 가까운 항구인 판진에는 중국에서 세번째로 큰 유전이 있다. 가오커(高科) 판진시 상무부시장은 “석유가 많이 매장돼있어 석유화학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있으며 해양장비업을 묶은 산업 클러스터도 조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판진시 서쪽에 있는 진저우(錦州)시는 태양광 산업을 밀고 있다. 이곳 업체들은 지난해 150억위안(약 2조7,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올해도 최소 10%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내년에는 바다를 메워 간척지로 바꾼 13.6㎢ 부지 위에서 세계원림(園林)박람회도 개최한다.
진저우, 판진, 잉커우 등 보하이(渤海)만 연안의 세 도시는 리커창(李克强) 부총리가 랴오닝성 서기로 있던 2006년 다롄(大連)과 단둥(丹東)까지 연결해 5점1선(5點1線ㆍ5개의 도시를 하나의 선으로 연결한다는 뜻) 개발 전략을 세운 곳이다. 리 부총리는 남쪽의 광둥(廣東)성과 동쪽의 상하이(上海)시 지역은 이미 많이 개발된 만큼 앞으로는 북쪽의 랴오닝성 보하이만 연안을 집중 개발해야 한다며 이 사업을 추진했다. 리 부총리가 가을 중국공산당 제18차 전국대표대회에서 총리로 확실시된다는 점에서 5점1선 전략은 중앙 정부의 지원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가 랴오닝성의 경제 발전을 집중 지원하는 것은 북한의 개혁ㆍ개방 가능성을 염두에 두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랴오닝성 관계자는 “5점1선의 끝점인 단둥은 북한의 황금평과 닿아 있다”며 “랴오닝성의 경제 발전이 북한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잉커우ㆍ판진ㆍ진저우(랴오닝성)=글ㆍ사진 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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