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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괴담, 두 번째 아이는 사라진다' 학교 연못에서 둘이서 함께 사진을 찍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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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괴담, 두 번째 아이는 사라진다' 학교 연못에서 둘이서 함께 사진을 찍으면…

입력
2012.07.20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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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 두 번째 아이는 사라진다/방미진 지음/문학동네 발행ㆍ240쪽ㆍ9,500원

이른 아침 한 고등학교 뒤 연못에서 합창부 여학생 서인주가 숨진 채 발견된다. 사건은 신속히 자살로 처리되지만 학생들 사이에 '연못 위에서 일등과 이등이 사진을 찍으면 이등이 사라진다'는 해묵은 괴담이 퍼지기 시작한다. 인주와 함께 합창부에서 프리마 돈나를 다투던 연두, 지연에게는 의혹의 눈길이 쏠린다. '지연이 인주를 죽게 했다'는 괴소문이 퍼지고 인주가 죽은 현장에서 연두를 봤다는 목격자가 등장한다.

<괴담, 두 번째 아이는 사라진다> 는 제목 그대로 어느 학교에나 하나쯤은 있을 법한 학교괴담을 소재로 경쟁과 질투에 찌들어 인간성을 상실해 가는 10대의 일상을 그린 청소년 소설이다. '연못 위에서 첫 번째 아이와 두 번째 아이가 사진을 찍으면 두 번째 아이가 사라진다'는 괴담의 소용돌이에 빠져들면서 각 등장인물은 평범해 보이는 겉모습 뒤에 감춘 불안한 내면을 하나 둘씩 드러낸다.

연두는 빼어난 미모를 지녔고 지연은 외모와 배경에 재능까지 가졌건만 성악에 있어서만은 '2인자 콤플렉스'에 시달리며 서로를 경계한다. 아이들만 인정 욕구가 큰 게 아니다. 성혜는 번듯한 출판사를 경영하면서도 동서들에게 당한 모욕이 분해 딸 지연의 성공으로 보상받으려 한다. 연두 모친 수경은 인주의 죽음을 연두가 노래 실력을 인정 받을 기회를 얻은 것으로 받아들인다.

사춘기의 불안을 호러에 녹여낸 청소년 소설 <손톱이 자라날 때> 로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축한 작가 방미진씨의 신작. 교훈을 강요하지 않고 추리소설 형식을 통해 청소년 문제를 곱씹어 보게 하는 점이 매력이다. 친구의 죽음을 접하고 슬퍼하는 대신 새로운 경쟁 구도를 계산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현실과 다르지 않다. 그래서 더 섬뜩하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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