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자유·인민… "어느 한쪽으로 기울면 역사 굴절"
민주주의 내부의 적 / 츠베탕 토도로프 지음
불가리아 출신 프랑스 구조주의 문예이론가가 쓴 사회비판서. 70대 중반의 저자는 민주주의의 3요소를 진보, 자유, 인민으로 정의하면서 이 중 어느 한 쪽이 절대화하면서 역사가 어떤 굴절을 겪었는지를 설명한다. 떠나온 공산주의 조국을 달가워하지 않았던 만큼 그는 경제적 자유가 자연스럽게 사회적 이익으로 바뀐다는 신자유주의에 대해서도 비판적이다. 급진주의와 이분법적 논리라는 점에서, 과학으로 모든 것을 인식하고 기술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속류 과학주의라는 점에서 그는 신자유주의가 전체주의를 유사한 담론으로 본다. 극단적인 자유야말로 현대 민주주의의 가장 큰 적이라며, 인간은 불완전하고 그래서 '애착' '의존'이 중요하다는 점을 인정할 때 자유가 더 성숙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김지현 옮김. 반비ㆍ218쪽ㆍ1만4,000원
김범수기자 bskim@hk.co.kr
타인과의 결속감에 대한 염원, 사회문제 해결의 열쇠
또래압력은 어떻게 세상을 치유하는가/티나 로젠버그 지음
인간은 또래집단에서 쫓겨날 때 극심한 소외감과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를 피하기 위해 노력하고, 때로 소속감을 즐기면서 성장한다. <또래압력은 어떻게 세상을 치유하는가> 는 인간을 움직이게 하는 가장 강력한 동기, 타인과의 결속감에 대한 염원을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또래압력은>
뉴욕타임스와 내셔널 지오그래픽 등에서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는 세르비아ㆍ그루지야ㆍ우크라이나의 민주 혁명, 남아공 10대의 에이즈 감염률을 절반 이하로 떨어뜨린 캠페인, 인도의 카스트 제도 완화, 텍사스 주 소수민족 학생들의 수학성적 향상 등 현장의 생생한 사례들을 통해 또래압력의 성공사례를 전달한다. 그는 "신뢰, 정직, 책임감 등 인간의 가장 선한 성품들은 타인과의 친밀한 상호교류에 달려있기 때문에 한 사회의 성공 여부는 공동체의 힘에 달려있다"고 역설한다. 알에이치코리아ㆍ532쪽ㆍ2만2,000원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변화 거부하지 않는 리더가 변화 만든다
역사를 만드는 리더십 / 장현규 지음
팀원이었을 때는 마음 잘 통했던 직장 선배가 팀장이 되고 나서 달라졌다. 함께 술잔을 기울이며 흉 봤던 전 팀장의 모습을 닮아가고 있다. '자리가 사람을 바꿔 놓는다'는 말을 실감한다. 이유가 뭘까. 리더를 평가하긴 쉽지만 좋은 리더가 되긴 어렵기 때문이다. 인류 역사 속에 리더는 많았다. 하지만 후대가 본받을 훌륭한 리더십은 흔치 않다. <역사를 만드는 리더십> 은 역사 속에서 훌륭했던 리더십과 그렇지 못했던 리더십을 골라내 리더의 보편적 가치를 찾는다. 간디와 히틀러, 디즈니, 마오쩌둥처럼 익숙한 이름부터 아리아나 허핑턴, 아데노이드 힌켈 같이 생소한 이름을 거론하며 저자는 원칙이나 신념에 매달리기보다 변화에 따르며 신뢰를 얻는 리더가 사랑 받았다고 말한다. 변화를 거부하지 않는 리더가 결국 변화를 만들어낸다. 리더십은 '가능성의 예술'이다. 생각나눔ㆍ231쪽ㆍ1만5,000원. 역사를>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책 속에서 길을 찾았던 옛 왕들의 이야기
왕의 서재 / 소준섭 지음
어진 임금과 어리석은 임금을 나누는 여러 차이 중 하나는 독서의 질과 양일 것이다. 조선은 중국에서 비롯된 학습제도인 경연(經筵)을 독자적인 방식과 내용으로 새롭게 구축해 제왕들이 늘 공부하고 신하들과 토론하도록 했다. 저자는 옛 왕들이 어떻게 학습과 독서, 토론을 통해 수신과 치국을 실천했는지 알아 보기 위해 그들의 서재를 살핀다. 왕들이 반복해서 읽은 책을 보면 그들이 어떠한 고민을 했고 책 속에서 무엇을 찾고자 했는지, 또 어떤 것을 실천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왕들의 필독서는 당대의 시대적 맥락을 읽게 해 주는 중요한 지표가 되기도 한다. 네 개의 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제왕학과 왕들의 학습제도인 중국의 경연에 대해 알아 보고, 조선의 국왕들이 집중적으로 읽었던 책들을 구체적으로 기술한다. 세 번째 장에선 조선의 대표적인 성군인 세종과 정조의 학습에 대해 집중적으로 소개한다. 사서삼경을 비롯한 제왕학의 각종 교재들에 대한 설명은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어젠다ㆍ340쪽ㆍ1만4,900원.
고경석 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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