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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아르마다-세상에서 가장 빼어난 전쟁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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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아르마다-세상에서 가장 빼어난 전쟁 연대기'

입력
2012.07.20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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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마다-세상에서 가장 빼어난 전쟁 연대기/개릿 매팅리 지음ㆍ콜린박, 지소철 옮김/너머북스 발행ㆍ616쪽ㆍ2만5000원

<아르마다-세상에서 가장 빼어난 전쟁 연대기> 는 1588년 5월에 벌어진 영국과 에스파니아(스페인) 간 해전의 막전막후를 드라마틱하게 그려낸 역사책이다.

이 해전은 당시 세계 최강국으로 군림하던 에스파니아를 중심으로 한 가톨릭(구교)세력과 영국, 네덜란드 등 프로테스탄트(신교)세력의 이데올로기 대립의 결과이자 국제정치적인 성격을 지닌 전면전이었다.

'무적함대(아르마다)'로 불리던 130여척의 에스파니아 함대가 영국해협에서 영국함대의 화공과 기이한 태풍 때문에 침몰하면서 유럽의 역사가 크게 바뀌었다. 이 전쟁의 승리로 영국은 '해가 지지 않는' 대영제국의 기초를 마련하게 됐다. 이 해전 이후로 유럽의 여러 나라는 서서히 또는 급격히 근대국가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해전 이후 유럽의 주요 국가들은 교황의 권위로부터 자유로워졌다.

<아르마다> 는 16세기 유럽 역사에 대한 지식이 없어도 소설책처럼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책에는 전쟁에 동원된 배의 구조와 규모, 대포와 총, 식량의 종류와 개수까지도 믿기 힘들 만큼 상세히 언급돼 있다.

옥스퍼드대 역사학과 교수였던 저자 개릭 매팅리는 이 책을 집필하려고 20년 가까이 영국과 스페인, 네덜란드, 프랑스 등을 돌아다니며 관련 자료와 문서를 조사하는 정치(精緻)함을 잃지 않았다.

그는 역사책이 갖춰야 할 진실과 사료에 충실했다. 특히 영국의 엘리자베스 1세와 에스파니아의 필리페 2세 등의 등장인물을 살아 숨쉬는 듯하게 생생히 묘사했다. 유려한 문장과 대사를 적절하게 섞는 독특한 화법, 풍부한 은유와 비유 등으로 살려낸 등장인물들의 모습은 너무나 생생해 600쪽이 넘는 분량에도 불구하고 술술 읽힌다. '역사적 안목'과 '문학적 재미'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

이 책은 1587년 2월, 엘리자베스 1세의 사촌이자 스코틀랜드 여왕인 메리가 런던 북쪽 파서링게이 공회당에서 처형당하는 장면부터 시작된다. 눈 앞에서 지켜보고 있는 듯한 공회당의 내부 모습과 메리의 처형 장면 묘사는 역사책이라기보다 차라리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검정색 벨벳을 입은 그녀의 모습은 의자와 단을 덮고 있는 검정색 벨벳에 묻혀 보이지 않았다. 그녀의 흰 손과 스카프의 황금장식, 스카프 밑의 적갈색 머리에 달린 금장식 또한 겨울날의 잿빛 햇살로 인해 그 광채를 잃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목을 감싸고 있는 하얀 레이스의 섬세한 주름과 검정색 옷에 대비되어 도드라진 흰색 하트 모양의 장식, 커다란 갈색 눈동자와 생각에 잠긴 듯한 입매를 한 그녀의 얼굴만은 선명하게 보였다. 그녀는 중세기사 이야기에서 마지막으로 등장하는 포로가 된 공주이자, 한때 죽은 프랑스 왕의 왕비였으며, 망명한 스코틀랜드의 여왕이었고, 영국의 왕위 계승자 메리였다.'

<아르마다> 는 1959년에 출간되지 마자 '역사책일 뿐만 아니라 예술적 가치를 지닌 작품'으로 인정을 받아 이듬해 역사책으로는 예외적으로 퓰리처 문학 특별상까지 받았다. 투키디데스의 <펠레폰네소스전쟁사> ,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의 쇠퇴와 흥망>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20세기 역사책의 고전이라고 불릴 정도다. 역사책만 보면 지겨워 하품이 절로 나온다는 사람에게도 일독을 권할 수 있는 책이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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