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23일 우리나라는 인구 5,000만 명과 1인당 국민소득(GDP) 2만 달러를 동시에 충족한 이른바 '20-50클럽'에 세계 7번째로 진입했다. 세계에서 영향력 있는 경제적 위상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출지향적인 경제구조로 인해 국제정세와 세계경제의 불안요소에 좌우되기 쉬웠던 우리나라는 이제 인구 5,000만 명의 내수시장 덕분에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IMF 구제금융 이후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견인차는 IT 산업이었다. 우리나라는 대외적으로 IT 강국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경제위기의 극복과 경제성장을 동시에 이뤄냈다. 문제는 IT 산업의 구조가 하드웨어 중심이라는 데 있다.
사무용소프트웨어연합(BSA)이 EIU(Economist Intelligence Unit)에 의뢰해 조사 발표한 '2011 전세계 IT산업 경쟁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IT 종합 경쟁력 지수는 조사 대상 66개국 중 19위를 기록했다. 이는 2007년 3위를 기록한 이래, 2008년 8위, 2009년 16위에 이어 3계단이나 하락한 수치다. 2007년 이후 약 5년에 걸쳐 16계단이나 하락한 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것으로 보이나, IT 산업의 구조가 하드웨어에 편중된 반면, 소프트웨어 부문의 성장이 이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드웨어와 달리 소프트웨어는 복제가 쉽다. BSA의 '2011년 세계 소프트웨어 불법복제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불법복제율은 2년 연속 40%였다. 이는 컴퓨터 등의 하드웨어에 사용되는 소프트웨어 제품 10개 중 4개 이상이 불법복제품이란 의미다. 그 피해액은 무려 8,900억원에 달한다.
세계의 소프트웨어 불법복제율은 평균 42%이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의 평균 불법복제율은 26%다. 특히 20-50클럽 국가인 일본과 미국의 경우 각각 21%와 19% 수준이다. 이는 우리나라가 경제선진국임에도 불구하고, 소프트웨어의 불법복제 면에서는 후진성을 보이고 있다는 의미다.
IT 산업의 경쟁력은 인적자원의 창의와 그 창의적인 결과물에 대한 보호를 통해 성장하지만, 국내에 만연한 불법복제는 혁신적인 개발자 혹은 신규기업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그 규모를 확대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다른 OECD 국가들 내지는 20-50클럽 국가들이 보이고 있는 경제지표와 불법복제율의 상관관계가 우리나라에서는 타당하지 않은 이유로서, 지식 공유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관대한 사회분위기를 들 수 있다. 이 때문에 소프트웨어라는 지식재산의 불법복제를 단순히 지식을 나누는 정도로 인식하는 소위 '불법복제 불감증'이 만연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소프트웨어 불법복제율은 어느 정도의 수준이 적정할까. 엄밀하게 말해서 제로가 가장 이상적일 것이지만, 경제규모와 소프트웨어 불법복제율에 관한 통계를 감안하면, 최소한 OECD국가들의 평균수치인 26%보다 1%라도 낮은 수치인 25%이하의 불법복제율을 보이는 것이 적정할 것이다. 현재 40%를 약 15% 정도 낮춰야 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국민소득과 지식재산법제의 수준 또한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고된다.적어도 경제구조가 선진화된 국가의 경우 안정된 저작권 보호기반이 수립돼 있을 가능성이 높고, 안정된 저작권 보호기반은 콘텐츠 및 소프트웨어의 안정적인 개발을 촉진해 국민소득 향상으로 연결되는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소프트웨어는 엄연히 타인의 재산으로서 이를 불법복제하는 것은 지식을 단순히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재산을 훔치는 위법한 행위라는 인식의 확산이다. 국민의 의식 변화는 저절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이를 위한 대국민 홍보 및 교육 등의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김경숙 상명대 저작권보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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