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각 대학들의 등록금 인하 노력에 따라 해당 대학 학생들에게 국가장학금을 차등하게 나눠주는 제도가 도입된 첫 해다. 그런데 주요 사립대들은 거액의 적립금을 쌓아놓고도 등록금을 찔끔 인하하는 바람에 학생들은 똑 같은 성적과 똑 같은 집안 사정에도, 국립대 학생들보다 국가장학금 혜택 기회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등록금 인하에 소극적인 사립대들은 소속 학생들에게 높은 등록금과 국가장학금 혜택 박탈이라는 이중고(二重苦)를 안기고 있다.
19일 교육과학기술부의 '대학별 국가장학금 2유형 지원 현황'에 따르면, 서울대는 올해 1ㆍ2학기 총 69억원, 부산대는 77억원, 충남대는 72억원의 국가장학금(2유형)을 학생들에게 줄 수 있는데 반해, 연세대는 53억원, 고려대는 45억원, 성균관대는 42억원 정도만 학생들에게 줄 수 있다. 학생수 등 대학규모가 달라 일률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주요 대학들 중 국립대는 60억~70억원, 사립대는 40억~60억원 정도로 차이가 있었다.
이러한 차이는 국가장학금 2유형이 대학들의 등록금 인하 비율, 학내 자체 장학금 증가액 등에 연동해 배분하도록 돼 있는데, 주요 국립대들은 올해 등록금을 약 5% 인하한 반면 주요 사립대들은 2% 안팎만 인하했기 때문이다. 국가장학금 1유형은 대학에 상관없이 소득하위 30% 이하 대학생에게 평균 B학점 이상이면 지급된다. 하지만 올해 7,500억원이 투입되는 2유형은 먼저 대학에 차등배분된 뒤 평균 B학점 이상인 소득하위 70% 학생들에게 지급된다.
교과부 관계자는 "대학의 등록금 인하 노력을 이끌기 위해 국가장학금 지급액과 연동해서 설계한 것"이라며 "등록금을 많이 인하하는 대학의 학생은 국가장학금 혜택도 많아지고, 그렇지 않은 대학은 학생이 이중으로 손해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사립대들은 등록금 인하 여력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40개 사립대를 기준으로 지난해에만 적립금이 2,000억원 가량이 늘어나고, 40개 대학 적립금 누적액이 총 6조원에 이를 정도로 돈을 쌓아놓고 있다.
사립대들의 등록금 인하율은 정부의 예상에 못 미쳐 올해 국가장학금 2유형으로 배정된 7,500억원 중에서 490억원 정도는 쓰지도 못할 것으로 집계됐다. 교과부 관계자는 "1유형 장학금 집행이 초과돼서 490억원은 저소득층을 지원하는 1유형으로 돌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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