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이 사실로 드러나면 역대 최대 집단소송으로 번질 전망이다. CD 금리 연동대출 규모가 가계대출의 절반에 가까운 300조원 남짓이어서 손해배상 요구액이 최대 20조원을 웃돌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10면
금융소비자연맹(금소연)은 19일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등을 통해 CD 금리 담합이 사실로 밝혀지면 금융회사에 부당 이익금 반환을 요구하기로 했다. 여의치 않으면 피해자를 결집해 대규모 집단소송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조연행 금소연 부회장은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CD 금리를 갖고 장난을 친 건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의 등을 친 것"이라고 비판했다.
금소연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 642조7,000억원 중 49.1%(315조5,657억원)가 CD 연동 대출이다. 은행이 CD 금리 조작으로 0.5%포인트의 이자를 더 받았다면 연간 약 1조6,000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셈이다. 금소연은 "그간 다른 금리와의 격차 및 CD 금리 적용기간을 따지면 피해금액이 20조원을 넘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이 단체가 최근 보험사들을 상대로 진행 중인 17조원 규모의 손해배상 집단소송보다 큰 액수다. 소송 참가자 수 역시 근저당권설정 비용 반환 소송(4만2,000명)보다 늘어날 수 있다.
금소연은 "올 들어 3개월 넘게 CD 금리가 고정된 것도 모자라 평소 시장금리가 상승할 때는 빨리, 떨어질 때는 늦게 반영해 대출자의 피해를 키웠다"며 "시중은행과 증권사들의 담합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금융소비자협회 등 다른 소비자단체들도 조사 결과에 따라 행동에 나설 태세다.
한편, 한 소형 증권사가 담합 사실을 자진신고(리니언시)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커지고 있다. 금융계에 따르면 은행계열인 해당 증권사가 공정위 조사가 시작되자 은행에 피해가 미칠 것을 우려해 담합 사실을 실토했다는 것이다. 첫 번째 신고자는 과징금을 100% 면제받는다. 그러나 해당 증권사는 관련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은행업계와 증권업계는 서로 담합을 신고한 사실이 없다며 책임을 떠넘기는 등 자진신고 여부가 진실게임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이에 대해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우리가 파악하기엔 은행과 증권사 모두 (자신신고가) 없다고 한다"며 "결론도 나기 전에 단정적으로 금융회사들을 파렴치범으로 몰고 가면 자칫 국내 금융시장의 대내외 신뢰만 추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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