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발레를 위해 명실상부한 공연계 두 스타가 뭉쳤다.
28, 29일 서울 강동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되는 '비애모'를 준비 중인 발레리노 김용걸(39)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와 연극 연출가인 양정웅(44) 극단 여행자 대표를 함께 만나기 위해서는 밤늦도록 수차례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아야 했다. '파리 오페라 발레단 최초의 동양인 솔리스트'라는 화려한 수식어가 늘 따라붙는 김 교수는 이 공연의 안무와 예술감독은 물론 주역까지 맡아 1인 3역을 해내느라 바쁘다. 대본과 연출을 맡은 양 대표는 8월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할 '한여름밤의 꿈'과 '십이야', 10월 LG아트센터에서 공연할 '페르귄트'까지 세 편의 연극을 동시에 준비 중이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두 사람이 16일 서울 대학로에서 자리를 함께 했다.
불어의 인생(la vieㆍ라 비)과 죽음(la mortㆍ라 모르)에 사랑의 애(愛)를 더한 합성어를 제목으로 내건 '비애모(vie 愛 mort)'는 그간 오페라, 뮤지컬 등 많은 예술작품의 소재로 쓰인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신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김 교수가 오르페우스로, 국립 무용단의 주역 무용수이자 한국무용가인 아내 김미애씨가 상대역인 유리디체(에우리디케의 불어식 표기)로 나온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발레단이 창작 발레 활성화를 위해 마련한 창작팩토리 지원사업 선정작이다.
특히 그리스 신화를 한국적으로 풀어낸 점에서 두 공연계 스타가 만들어 낼 시너지에 대한 기대가 크다.
"파리오페라발레단에서 고전 발레만 하다가 2005년에 피나 바우슈의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공연에 참여하면서 큰 충격을 받았어요. 언젠가 이 이야기를 한국적으로 푼 내 공연을 만들고 싶다 생각했죠."(김용걸)
"용걸씨가 연출을 도와 달라고 요청해 제 창작욕이 다시 샘솟았어요. 서양 이야기의 한국화에 관심이 많은 제게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는 꼭 한 번 연극으로 만들고 싶은 소재죠. 이번 공연을 마치면 저도 이 이야기로 빨리 제 작품 구상해야죠."(양정웅)
김 교수는 파리오페라발레단에서 최상위 직급에 도전하리라는 주변의 기대와 달리 쉬제(Sujetㆍ위에서 3번째 등급)까지 오른 뒤 "파리에서의 경험을 좋은 한국 창작 발레로 승화시키겠다는 각오로" 2009년 귀국했다. "삶과 죽음 사이의 사랑을 어떻게 표현할지 답답해 하던 중 형님이 죽은 사람을 살리는 도환생꽃 등 갖가지 희한한 꽃이 만발해 있다는 제주 신화의 서천 꽃밭 모티프를 제안해 주셨어요." 3만 송이의 국화로 표현하게 될 서천 꽃밭은 이 공연의 주된 공간이다.
아직 개막 전이지만 두 사람은 벌써부터 "'비애모'를 10년 이상 공연되는 장기 레퍼토리로 정착시키겠다"며 한껏 들떠 있었다.
"다른 장르 간 만남인 우리의 이번 협력이 용걸씨가 무용수로서의 기량만큼이나 뛰어난 안무 실력을 갖춘 한국을 대표하는 발레 안무가로 도약하는 데 보탬이 되길 바란다"는 양 대표의 말에 김 교수는 "빨리 형님 연극도 준비하셔야 내가 안무를 돕는다"며 쑥스러워 했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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