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생명은 난자와 정자가 만나 수정되는 순간부터 자연사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존중되고 보호돼야 합니다. 따라서 응급피임약을 일반약으로 바꾸려는 것은 생명을 보호하는 국가의 책무를 저버리는 행위입니다. "
천주교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사무국장 지영현(45) 신부는 19일 명동대성당에서 기자와 만나 천주교가 정부의 응급피임약 일반약 전환 추진을 강력히 반대하고 있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지난달 7일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의사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인 응급피임약을 약국에서 처방 없이도 구입할 수 있는 일반약으로 분류했고, 중앙약사심의위원회를 거쳐 이달 말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지 신부는 "성관계 후 임신을 막기 위해 72시간 안에 먹는 응급피임약은 정자와 난자의 수정을 막기도 하지만, 그것보다 이미 인간생명이 된 수정된 배아가 착상 하지 못하게 하는 화학적 낙태약"이라고 강조했다. 응급피임약을 배포하고 처방하고 복용하는 행위는 낙태시술과 마찬가지로 윤리적인 악행이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응급피임약의 접근성을 높여야 원치 않는 임신과 낙태를 줄일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지 신부는 "전혀 잘못된 주장"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에서도 1992년 응급피임약 사용을 지지하는 단체들이 그 기대효과로 낙태율이 50% 줄어들 것으로 주장했지만 실제론 낙태율이 크게 줄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 신부는 오히려 "응급피임약은 일반피임약보다 호르몬 함량을 10~30배 높이게 1회 복용만으로도 심한 복통과 두통, 출혈관 구토 등 다양한 부작용을 호소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응급피임약을 먹는 상당수 여성이 이런 부작용을 알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개탄했다.
천주교의 대응방안을 묻자 그는 "아직 내부적으로 조율하고 있으며 금명간 대책이 마련될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하지만 서울대교구는 정부가 전환 방침을 철회하지 않으면 서울대교구 차원의 '적극적인' 반대운동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교구는 이를 위한 준비작업으로 8일자 서울대교구 <서울주보> 를 통해 229개 본당 등에 '응급피임약은 여성과 청소년의 건강을 심각히 해치는 낙태약'이라는 내용의 공동성명서를 배포했다. 서울주보>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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